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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인과 함께 하는 독자와의 대화
신현림 시인과 함께 하는 독자와의 대화 ⓒ 박성현

 

지난해 말 <싱글맘 스토리>를 출간한 신현림(45) 시인이 지난 11일 서울 책·음반가게 '이음'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오후 6시 다음 까페의 '신현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신사사) 회원들, 네이버 공지를 보고 참석한 독자들 그리고 이음의 단골 독자와 서포터스로 이루어진 독자 50여 명과 함께 만들어졌다.사회는 조병준 시인이 맡았다. 조 시인은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모임은 '저자와의 대화'가 아니고 '독자와의 대화'"라면서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선별해 사고 읽고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기에 진정한 주인은 독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작가가 독자를 만나 독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시인은 "보조자인 사회자를 독재자로 만들지 말고 자발적으로 시인 신현림에 대해 궁금한 점은 무엇이든 질문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현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신사사) 운영자 홍진영씨가 질문을 하고 있다.
'신현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신사사) 운영자 홍진영씨가 질문을 하고 있다. ⓒ 이명옥

신현림 시인과  사회자 조병준 시인
신현림 시인과 사회자 조병준 시인 ⓒ 박성현

 

신현림씨는 최근 겪은 동창 두 명의 죽음, 두어 번의 접촉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죽음과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며 "이제 어느덧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나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인생살이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이다'이라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고 부연했다.

 

신씨는 자신이 쓴 초기 시에 죽음에 대한 주제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당시 쓴 '죽음'은 삶에 대한 열망의 변형이라고. 그는 "시와 죽음은 삶의 방향 설정을 위한 진지한 모색일 수 있다"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선 '영혼의 정화'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때 만큼은 삶 자체가 달라지고 자신이 착해진다는 것. 이어 "20대의 절망양(孃)과 좌절군(君)을 30대 초반에 시(詩)라는 희망으로 꽃피워 자존감을 회복하고 상처를 자가 치유하였다"는 문학적 표현으로 시를 시작한 당시를 묘사했다.

 

네 번의 입시 경험, 한 번의 유급 그리고 이혼

 

사사사와 네이버 등에서 온 독자들
사사사와 네이버 등에서 온 독자들 ⓒ 박성현

진해에서 올라온  사사사 회원 최미진씨
진해에서 올라온 사사사 회원 최미진씨 ⓒ 박성현

 

신 시인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은 '신사사' 운영자인 홍진영씨가 맡았다. 홍씨는 '작업을 하다 안 될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신 시인은 글이 잘 안 써질 땐 자다 일어나기, 음악 듣기, 춤추기, 비디오보기,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보기 등으로 영감을 끌어내려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신 시인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처절했던 삶을 이야기했다. 원하던 미대 탈락, 4수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유급, 그리고 이혼 등. 그는 자신의 처지를 남들과 비교하면서 잘 나가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 이후 느낀 좌절로 오랜 불면증에 시달렸고, 자학과 절망의 20대를 보냈다고.

 

하지만 그는 "20대의 남다른 좌절. 절망, 열등감을 재료삼아 시를 써 등단을 했고, 그런 창작 활동이 바로 자가 치유와 자신감 회복의 시작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신현림의 딸 서윤
신현림의 딸 서윤 ⓒ 박성현

 

신 시인이 시를 쓰는 방식은 의무적으로 글쓰기.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그 사건을 시로 쓰고 한 달에 4~5편씩 무조건 습작을 한단다. 그는 서른에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3일 정도 근무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만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에 미쳐서 살았다. 그때 그를 곁에서 본 친구까지 전문 글쟁이가 되었다니 그가 친구 진로를 결정하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경남 진해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최미진씨는 "대학 4학년인 10년 전 <세기말 블루스>를 처음 읽었는데, 지난 달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신현림 시인을 만나면서 인연이란 것을 생각해 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신 시인은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다 읽고 나면 기쁨을 남겨주어 확실한 자기 치유가 되게 만든다"고 호평을 한 뒤, "만일 20대처럼 무모한 사랑이 오면 온몸을 바쳐 사랑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작가는 "사랑에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밀려든다면 사랑하겠다. 기회가 왔을 때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플라맹꼬 노래를 부르는  양순정씨
플라맹꼬 노래를 부르는 양순정씨 ⓒ 이명옥

시낭송 중인 연극배우 정찬교
시낭송 중인 연극배우 정찬교 ⓒ 박성현

또한 무성영화 변사며 연극배우인 정찬교씨는 전문 낭송가를 능가하는 솜씨로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라는 시를 낭송했다. 뒤이어 양순정씨가 홍성남씨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플라맹꼬춤을 추고 스페인어 노래를 불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신현림 시인은 "'사과나무'라는 영상물이 곧 나오며 전시, 동시집, 바다, 산 등 자연과 글이 어우러진 일련의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창작이란 그릇, 기법이나 방법이나 소재 형식은 늘 새로워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며 "그래도 열심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마무리 말을 했다.

 

 한상준 이음 대표.
한상준 이음 대표. ⓒ 이명옥

- 서점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제 4개월 되었다. 이곳은 책만이 아니라 음악과 책이 있는 문화적 공간이다. 대학로에 책과 음악이 돌아오게 만들고 싶어서 서점을 열었다"

 

- 이런 멋진 행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번이 2번째다. 대형 서점과 다른 차별화되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첫 번째 모임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인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식의 정형화된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 생기거나 독자 분들이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하는 작가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다만 행사 방법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흔쾌히 사진을 제공해 주신 CL코퍼레이션 박성현 본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 지음, 휴먼앤북스(Human&Books)(2005)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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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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