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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학교는 폭력, 왕따, 입시와 같은 학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붙곤 합니다. 언제부터 학교가 이렇게 무시무시해진 것일까요? 하지만 지난 한 해 제가 있었던 2학년 5반은 다릅니다! 언니 누나 같았던 선생님, 정지현 선생님의 첫 담임 반이었던 우리 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학기 초 명함까지 돌린 선생님
2005년 3월 2일. 성격도 가지각색이고, 노는 물(?)도 달랐던 친구들이 5반에 모였습니다. 평범한 학교생활을 원하는 친구들, 밤새 일하고 공부에는 관심도 없는 친구들, 그리고 정말 많이 내성적인 원상이. 전혀 어울리지 못할 것 같던 5반 친구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은 정지현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학기 초 손수 만든 명함을 나눠주시며 학급 운영에 관해 설명해주시던 선생님.
"자, 정보부는 승원이, 순호… 그리고 편집부는 태진이, 현권이…."
"그럼 정보부는 우리 반 클럽을 운영하도록 해. 편집부는 나중에 문집 제작할 거니깐 평상시에 우리 반 행사 사진하고 글 많이 쓰자."
"모둠일기는 모둠 별로 돌아가면서 쓸 거야. 다들 괜찮지? 그리고 그 날 생일인 친구가 있으면 노래도 불러주고, 간단히 편지도 써주고…."
처음에는 모두들 이런 선생님에 대해 관심 밖이었습니다. 공부하기도 바쁜… 같은 반이라도 나랑 성격이 안 맞으면 무시해버리는 그런 우리들에게는 선생님의 이런 일이 허사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노력으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 열어
생일인 반 친구가 있으면 선생님은 잊지 않고 종례 때면 종이쪽지를 들고 와 나눠주곤 하셨습니다. 생일 편지를 쓰면서 우리는 친하지도 않고, 아직 잘 모르는 친구에게 억지로나마 다가가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급회의 시간.
"선생님! 우리 수련회 가기 전에 단합대회하고 '마니또(비밀친구)' 놀이해요!"
"그럼, 단합대회는 이번 주 토요일 날 하기로 하고, 마니또 상대는 지금 제비뽑기로 정하도록 하자."
이렇게 우리는 선생님 덕분에 서먹했던 반 친구와 금세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단합대회와 마니또를 한 이후로 우리 반은 남녀 할 것 없이 서로 친해졌고, 5반에서만큼은 학교에서 조금 논다는 친구들과는 서로 간에 담을 쌓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시험 때면 초콜릿 나눠 주시던 우리 선생님
5반은 선생님께서 처음 담임을 맡으셨던 반이기 때문이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선생님은 바쁘셔도 매일 같이 모둠 일기에 '선생님의 한마디'를 잊는 날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도 선생님은 우리들과 언제나 함께이셨습니다. 학기 초부터 운영해온 5반 인터넷 클럽은 선생님과 반 친구들의 노력으로 우리 학교에서는 모든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시험 때면 초콜릿을 한 봉지씩 들고 오셔서 나눠 주시던 선생님. 37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손수 따로 편지를 써주시던 선생님. 저를 비롯하여 반 친구들 모두는 이런 선생님의 노력에 항상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에서이었던지 우리 반은 교내체육대회 때 '단체티를 입고 응원 하자'는 발상으로 응원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정지현 선생님과 행복했던 우리 5반의 1년도 마지막은 다가왔습니다. 우리들과 선생님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남이섬'으로 반 여행을 떠났습니다. '남이섬'에서 찍은 사진들, 손을 떨어가며 만들었던 머그컵, 그리고 우리 마음 속 추억은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셨습니다. 부모님의 강요로 인문계에 진학하여 공부에 관심이 없던 현수는 3학년 때 직업반을 지원하여 자동차 관련 학교를 다니기로 했습니다. 창우도 비록 직업반에서는 떨어졌지만 훌륭한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요즘에는 노량진으로 요리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기 초에 말이 없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원상이도 학기 말이 돼서 우리들과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요즘 학교가 너무 시끄럽습니다. 교사가 학생의 적이 되고, 인터넷에서는 청소년들이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자고… 학교를 바꾸자며…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우리 반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이제라도 선생님과 우리 모두가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재승 기자는 SBS 유포터, SSRO.net 뉴스 청소년 기자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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