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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3일. 새벽부터 부산스럽다. 아이가 오늘부터 아침 7시 10분까지 교실에 등교하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는 아침 7시 50분까지였는데, 곧 3학년이 되기에 아침 7시 10분까지 교실에 도착해야 한다고 한다.

대개 직장인은 9시나 8시 30분경에 출근하는데, 어린 학생들이 무슨 이유로 7시 10분까지 학교에 등교해야 할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면 더 잘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면, 스님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예불을 드리고 공부를 한다. 그런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저녁에 일찍 자야 하는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밤 11시에 하교를 시킨다. 집에 오면 11시 30분이고 씻고 자는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건강에 좋다는 의견도 있다. 7시 10분에 등교하려면 적어도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이 시간에 밥맛이 좋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변비에 걸린 학생이 적지 않다. 조기 등교는 학생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어른들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2일 쉬자"는 추세인데, 아이들은 80시간 이상을 학교에 지낸다. 조기 등교가 논란이 되면, 학교 운영자는 "학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만 하면 될 일을 모든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학교는 정규수업에 충실하고, 보충수업을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원하는 학생에게"만 하면 될 것이다. 현재 많은 학생들은 "자율학습이 아니라 강제타율학습"이라고 주장한다.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공부시간이 길다고 꼭 공부를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공부할 의욕을 갖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침 7시 10분에 등교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상당수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잠을 자고 수업 중에도 졸고 있다.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다.

교사도 3학년을 맡으면 개인시간이 없다고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도 일할 권리와 쉴 권리가 있다. 정규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면 교사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다른 시간에는 학생이 학부모의 지도 속에 공부하면 된다. 학생이 원하면 학원에 다닐 수도 있고, 교육방송을 듣거나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것은 학생의 책임이지 교사나 학교당국의 의무가 아니다.

이제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침 7시 10분 등교, 밤 11시 하교"라는 강요된 학교생활을 혁신해야 한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잠자기"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학교가 변해야 교육이 살고 학생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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