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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칸에는 몇 명이 탈 수 있을까? 사진은 6호선 지하철 내부.
지하철 1칸에는 몇 명이 탈 수 있을까? 사진은 6호선 지하철 내부. ⓒ 오마이뉴스 박수원
스치듯 지나는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일들이 때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때가 있다.

지하철 한 칸에는 몇 명이나 탈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 지식검색에 오른 질문이다. 한 달 전쯤 친척 병문안을 위해 신길역에서 수원·병점행 1호선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면서 '지하철 한 칸 정원'이 궁금해졌던 경험이 있다.

이날의 목적지는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4호선 고잔역. 이동 경로는 광화문(5호선)에서 출발해 신길역(1호선)에서 환승, 금정역(1,4호선)에 내려 다시 4호선을 타고 고잔역으로 가는 것으로 잡았다.

평일 저녁 6시 40분쯤 광화문에서 5호선 지하철을 타고 신길역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인 탓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래도 5호선은 견딜 만 했다.

지옥철을 타다

2호선 사당∼방배 구간 혼잡률 2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2호선 사당∼방배 구간 혼잡률 2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 윤태
문제는 신길역에서 벌어졌다. 7시 무렵 도착한 신길역에서 10분 넘게 기다렸다. 시간은 가고, 지하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수원·병점행 열차를 기다리는 줄은 계속 길어지고 있었다. (이 지하철 기관사는 심하게 지체 됐다며 안내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겨우 도착한 1호선 지하철은 이미 만원이었다. 사람들에 떼밀려 겨우 지하철을 탔다. 신길역을 지나 영등포역, 신도림, 구로…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꾸역꾸역 늘어갔다.

"밀지마."
"악! 억!"
"내려요. 비켜주세요."


디지털단지, 독산, 시흥을 거치면서 정차하는 역마다 전쟁이 벌어졌다

서 있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너무 가깝게 밀착되면서 타인의 머리 냄새와 입 냄새까지 맡아야 하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핸드폰 벨과 진동 소리가 울렸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은 전화 받기도 포기한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탄 지하철은 처음이었다. 서 있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순간에 머리 속으로 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 지옥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3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나는 편하게 살고 있구나. 지하철 노선이 수도권을 지나 천안까지 확대 됐는데 왜 사람은 더 많아지는 거지, 서울이 점점 팽창하고 있는 건가? 만약 이 상태에서 사고가 난다면….'

수원·병점행 지하철은 안양역을 지날 때쯤 숨통이 트였다.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승객들은 핸드폰으로 통화도 하고, 함께 탄 사람과 이야기도 나눴다. 친구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야, 이제 살 것 같다. 장난 아니네."
"이 정도는 양반이다. 너 4호선 타 봤냐? 매일 아침 4호선은 창동역에서 충무로까지 이 상태로 가. 푸시맨도 있다니까."


핸드폰 통화 내용도 들렸다.

"정말 죽다 살아났다. 한 칸에 300명은 탄 것 같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300명? 더 탔을 것 같은데. 과연 지하철 한 칸에 몇 명이 탈 수 있는걸까?'

지하철 한 칸 적정 인원은 160명

지하철 정원은 160명으로 이 기준을 혼잡률100%로 잡는다.
지하철 정원은 160명으로 이 기준을 혼잡률100%로 잡는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1칸 좌석은 7인용이 6개(7×6=42명), 경로석 3인용이 4개(3×4=12)로 앉을 수 있는 좌석 수는 모두 54석이다.

여기다 손잡이 12개 짜리 6개(12×6=72), 5개 짜리 4개(5×4=20)가 있다. 좌석에 앉고, 손잡이를 잡고 서면 146명이 지하철에 탈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공사)와 한국철도공사는 지하철 한 칸 정원을 160명으로 잡고 이 인원을 혼잡률 100%(적정 승차 인원)로 계산한다. 지하철 10량(칸) 기준으로 보자면 1600여명이 정원이다.

그러나 러시아워 시간의 경우 혼잡률 100%를 훨씬 넘는 역들이 존재한다. 서울 시정개발연구원이 2005년 밝힌 자료에 따르면 2호선 사당∼방배 구간 혼잡률 224%를 비롯해 4호선 한성대∼혜화 구간 199%, 8호선 석촌∼잠실 구간 160%로 극심한 혼잡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하는 국철까지 포함할 경우 혼잡률 150% 이상 역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혼잡률이 5%에 미치지 못하는 지하철역도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 한 칸에 400명 이상 승차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혼잡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몰리는 역에만 승객이 집중되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지하철과 수도권 국철 구간(경부선, 경인선, 경원선, 중앙선, 안산선, 과천선, 분당선, 일산선)의 운영 주체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한국철도공사(국철 구간)로 나눠져 있다. 운영 주체의 상이함으로 인해서 지하철 배차 시간과 운행 사고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하루 수도권 전철 및 지하철 1~8호선의 전체 이용객 수는 70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하철은 명실 상부한 수도권 시민의 발인 셈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4725만4000명 가운데 48%인 2274만2000명이 서울, 경기, 인천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지하철 속에는 우리 나라의 주택, 교통, 교육 등의 문제가 응축돼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현장 경영을 선언했고, 국회의원 7명은 지난 2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메트로 일일 명예 역장으로 나섰다고 한다.

이들이 러시아워 시간에 만원 지하철을 타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지하철을 타고 숨 쉬기도 힘든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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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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