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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센이 최근 입수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미국 해군부 문서. 미 해군부는 이 문서를 통해 함정, 기지, 항공모함, 잠수함 등에 핵무기 및 관련 구성요소의 존재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라고 명령받았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센이 최근 입수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미국 해군부 문서. 미 해군부는 이 문서를 통해 함정, 기지, 항공모함, 잠수함 등에 핵무기 및 관련 구성요소의 존재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라고 명령받았다. ⓒ www.nukestrat.com
북한, 이란 등 미국이 지목한 '악의 축' 국가들의 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전술 핵무기 배치와 관련해 NCND 정책으로 돌아서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NCND란 어떤 사안에 대해 확인도 부정도 해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센이 최근 입수해 홈페이지(http://www.nukestrat.com/
index.htm)를 통해 공개한 미국 해군부 문서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군인 및 관리들은 함정, 기지, 항공모함, 잠수함 등에 핵무기 및 관련 구성요소의 존재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라고 명령받았다.

미 해군부가 이러한 지침을 내린 이유는 "핵무기 배치와 관련해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의 확산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부시 행정부가 핵무기 선제 사용 전략을 채택하고, 실전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흐름과 연결되어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술 핵무기에 대한 NCND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 및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과도 연결되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1958년의 아이젠하워와 1991년 9월의 아버지 부시

미 해군부는 이러한 지침의 근거로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침을 들었다. 당시 아이젠하워는 핵 억제력 강화와 핵무기의 안전을 고려해 핵무기의 배치 상태 및 위치 등에 대해 NCND를 지시했다.

그러나 미소간의 핵군축 협상이 탄력을 받고 냉전이 해체된 직후인 1991년 9월 27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함정과 잠수함과 항공모함 등에서 핵무기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고, 92년 7월 2일 이른바 '핵 부재 선언'을 했다. 그러나 당시 아버지 부시는 전술 핵무기의 일부를 폐기하지 않고 저장키로 했고, "필요하다면" 다시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전술 핵무기 배치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NCND로 돌아서기로 한 것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핵무기를 억제용으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시설 등 재래식 무기로 파괴하기 힘든 목표물을 겨냥한 소형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한반도에 핵무기 재배치할 수 있어

미국이 전술 핵무기를 "필요하다면" 다시 배치할 수 있고, 이에 대해 NCND를 취하기로 한 것을 한반도 비핵화 및 전략적 유연성과 연관시켜 분석하면, 그 의미와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이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직후인 9월 28일, 미국의 평화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미국의 한반도 내 핵 반입은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요하다면" 핵무기 반입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정책을 확인해준 것이다.

9.19 공동성명 협상 당시, 북한은 미국의 한반도 내 핵무기 반입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참고로 냉전 시대에는 한반도 핵무기 배치와 관련해 NCND로 일관했던 미국은 1991년 12월 말, 한반도에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다며, '핵부재 선언'을 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과 미국의 핵무기 재배치와의 관계도 주목거리이다. 이와 관련해 작년 4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청와대 조사에서 국정상황실은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줄 경우, "미국의 MD 또는 핵무기 배치 등에 대해 우리측이 포괄적인 양해를 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해명 자료를 통해 "MD 또는 핵무기 배치는 그 자체로서 중차대한 문제로서 독립적으로 결정될 사안이지,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해 포괄적으로 양해될 성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MD 배치의 최우선 지역으로 한국을 삼고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 등 여러 MD 무기를 이미 배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NSC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미국은 패트리어트 이외에도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항공기 탑재 레이저(ABL), 이지스 탑재 MD 등 다양한 MD 무기를 추가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MD의 전례를 볼 때, 미국의 핵무기 반입이 전략적 유연성과 "독립적으로 결정"될지, 미국이 "필요에 따라" 임의로 배치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필요하다면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힐 차관보 역시 이를 거듭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앞으로는 철저하게 NCND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MD든, 핵무기든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 환경에 중대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는 사전 합의제는 물론 사전 협의제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간의 전략적 유연성 협의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략적 유연성에는 장비의 유연성도 포함되며, 여기에는 MD는 물론 그보다 더 한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MD와 핵무기는 전략적 유연성과 무관하다고 한 NSC의 해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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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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