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배웅하며 등을 두드려 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낯선 곳에 시집온 새댁의 심정으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절대 부적격'이라고 해서 가슴이 콩닥콩닥거립니다. 잘할 기회를 주십시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 첫 걸음으로 장관 취임 후 공식 일정에 들어간 첫날인 13일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에게 한껏 몸을 낮춘 채 '신고' 인사를 했다.
특히 유 장관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절대 부적격한 사람이 오면 어떡하겠어(웃음)"라면서 자신을 맞이하자 "대표님하고 제가 이렇게 야당 원내대표와 장관으로 만날 날이 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여러모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두 손으로 이 원내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
유 장관에게 차를 대접한 이 원내대표는 "자식도 많이 맞은 자식이 효자"라며 "절대부적격이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유 장관이) 기분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잘못하면 유 장관이 욕먹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선배들이 다 욕먹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유 장관에게 관심을 많이 갖겠다, 유 장관! 잘 해라"고 따끔한 충고를 건넸다.
이에 유 장관은 "국민연금제도 개혁 등 정책문제에 대해 여야 없이 국민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합의가 되도록 뒷받침할 생각"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도와주면 불가능은 없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장관 임명후 국회를 첫 방문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연금제도특위가 끝난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오 "유시민 잘못하면 민주화운동 선배 다 욕먹어"
이어 이방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찾아간 유 장관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로 인사말을 꺼냈다. 이 정책위의장은 "젊어서 객기로 그랬을 수도 있지"라면서 "(유 장관은) 복지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냐, 열심히 해서 '젊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아서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어라"고 환대했다.
그러자 유 장관은 "국가적 현안에 대해 자주 보고하고 이야기를 자주 듣겠다"고 하자, 이 정책위의장은 "일방적으로 (현안에 대해) 결정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직접 만나 협조해서 멋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면서 야당과의 간담회를 제안했다.
이에 유 장관은 "사적, 공적으로 연결되도록 잘 하겠다"며 "정책 문제로 찾아올 때 바쁘다고 하면서 만나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
이날 유 장관은 '생각 외로 환대받은 기분은 어떠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앞으로 한나라당에서 계속 반갑게 맞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인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박 대표의 일정과 맞지 않아 결국 만나지 못했다.
천영세 "남다른 유시민 고집 확실히 보여줘라"
앞서 유 장관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를 찾아가 인사를 했다.
반갑게 유 장관을 맞이한 천 대표는 "분배와 성장이냐 문제를 어떻게 할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유 장관의 고집이 남다르다고 화제로 오르는데, 보건복지가 무엇인지 고집을 확실하게 보여줘 참여정부의 성과를 잘 마무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유 장관은 "민주노동당은 사회정의에 열정을 갖고 좀더 배려하고 따뜻하게 감싸안는 당으로 알고 있다"며 "원하는 만큼 속시원하게 못해 드려도 최대한 공감을 이루고 국민이 보기에 '잘해 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고 각자 조금씩 양보해서 모두가 웃을 수 있돌고 고집스럽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유 장관은 이어 김한길 원내대표와 유재건 당의장 등 여당 지도부를 방문했고, 따뜻한 격려를 한 몸에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양극화와 복지 문제를 잘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절박감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자, 유 장관은 "매사 국회와 미리 미리 상의하면서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재건 당의장이 "상생에 적극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고, 유 장관은 "출가외인이라고 쳐주고 시집가서 일을 잘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유 장관은 국회 복도에서 만난 여당 관계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는 "나 때문에 애 많이 썼어"라과 함께 환한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국회 열린우리당 의장실을 예방, 유재건 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재건 "역시 뉴스메이커네"
이날 유 장관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심대평·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를 찾아갔으나, 두 당 대표들이 지방 일정관계로 국회에 있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이에 유 장관은 각 대표실 관계자에게 보건복지부장관 명함을 직접 건네며 추후 일정을 잡아 꼭 찾아와 인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머리모양은 장관으로 입각한 이후 고수해온 모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양이었다. 이에 대해 천영세 대표를 비롯해 만나는 사람들이 '더 젊어진 것 같다' 등의 말로 관심을 나타내자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다 보니 내가 손을 봐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 장관이 가는 곳마다 많은 기자들이 따라붙었는데 유재건 당의장이 "역시 '뉴스메이커'인가 보다"라고 하자, 유 장관은 "부도덕한 소치 때문"이라고 겸연쩍어 했다.
여·야 대표 인사를 마친 후 유 장관은 바로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안필준 회장을 비롯해 전국 16개 노인회 지부장 등에게 인사를 올렸다. 또 업무보고를 받은 후 노인회 대표부와 함께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노인정책과 관련된 노인회 대표부의 건의사항 등을 청취했다.
▲국회 방문 첫날... 피곤하다
장관 임명후 국회를 첫 방문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연금제도특위에 참석해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계속 되는 동안 졸음을 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유시민 복지장관 첫 업무보고 | | | 쉴 틈 없는 일정... "국회의원 때보다 힘들다" | | |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장관 임명 후 국회 첫 공식일정으로 국회 국민연금제도 특별위원회(이석현 위원장, 이하 연금제도 특위)에 참석하는 등 빽빽한 하루 일정을 보냈다.
연금제도 특위는 이날 오후 2시 40분부터 3차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의 원활한 합의를 위해 '사각지대 해소 및 재정건전화'를 위한 소위와 '기금운용 체계 개선'을 위한 소위 등 2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말 구성된 연금제도 특위는 3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이달 말까지 전개할 방침이다.
특히 유 장관은 "국민연금 개선문제는 이미 국회로 넘어온 지 오래 됐다"며 "의원들이 소위 활동을 생산적으로 하고 원만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뒷받침을 충실히 해 올리겠다"고 실무적 협조를 다짐했다.
연금제도 특위가 산회하자마자 유 장관은 바로 당정협의 자리로 이동했고, 당정협의 업무보고에서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기본 계획과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연금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보건복지의 국가지원 확충 ▲식·의약품 안전체계 강조 ▲'암에서 비만까지' 국민건강 관리 보호 확대 ▲소득의 양극화 해소 등 기본정책 방향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오전 여야 대표 인사 방문과 대한노인회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로 이어진 오후 일정인 연금제도 특위에 참석해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4시 50분경 당정협의를 끝으로 국회 일정을 마친 유 장관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힘드네요"라면서 "국회의원 때는 일정을 제 맘대로 선택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제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일들이 많아서 제가 거기 맞춰야 하니까 (장관직 수행이) 힘들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과천 보건복지부로 향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