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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먼바다를 바다보며 어민들의 만선과 주민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스님
동해의 먼바다를 바다보며 어민들의 만선과 주민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스님 ⓒ 배상용
정월 대보름을 맞아 울릉도에서도 불교계의 방생법회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 필자가 찾아간 곳은 울릉도 해돋이의 상징인 저동 내수전 해수욕장이다.

바람을 막기 위해 가려놓은 박스 안의 몽돌을 보며 울릉도라는 것을 느낍니다.
바람을 막기 위해 가려놓은 박스 안의 몽돌을 보며 울릉도라는 것을 느낍니다. ⓒ 배상용
지난 한 해 좋지 않았던 일들을 태워 없애 버린다며 주민들은 '멸죄 진언'에 가족들의 이름을 정성스럽게 적어 조심스럽게 태워 버리며 저마다 소망을 간절히 빈다.

물고기와 소라 등을 바다에 돌려보내는 주민들의 모습들은 그저 밝기만 하다. 이어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 소리가 멀리 동해바다로 울려 퍼진다.

옆에 계신 보살님 한 분이 조용히 말씀을 하신다.

"방생을 하게 되면 전생의 업이 소멸하여 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되며 무병장수하고 다산합니다. 여러 부처님이 기뻐하시니 재물이 번창하여 재난이 없어지고 극락왕생 할 뿐 아니라 악업이 소멸하고 사계절 평안하며 선량한 마음이 생기어 고통이 없어집니다.

방생의 공덕은 끝이 없어 100마리의 말을 죽였다 하더라도 만약 하나의 중생을 방생하면 그 죄를 소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방생의 공덕은 이렇듯 무량하다고 전해지지만 공덕을 바라는 행위가 아니라 보살의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생명을 구하려는 '무주상 보시'여야 한답니다."

죄를 태워버린다는 '멸죄진언'에 스님이 정성스럽게 신도들의 주소를 적고 있습니다.
죄를 태워버린다는 '멸죄진언'에 스님이 정성스럽게 신도들의 주소를 적고 있습니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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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죄진언'을 태우는 한 주민의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입니다.
'멸죄진언'을 태우는 한 주민의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입니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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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을 하려 주민 손에 들린 물고기
방생을 하려 주민 손에 들린 물고기 ⓒ 배상용
마지막 보살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마치 저에게 하는 소리같이 들렸습니다.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기 위해 방생을 한다며 이 자리에 서 있는 저 자신을 말입니다. 항상 모든 이에게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을, 많은 죄를 지어가며 살아오다 이 순간 모두 떨쳐 버리려는 저 자신을 생각하니 그저 부끄럽기만 합니다.

"동해의 용왕님! 오늘까지만 죄를 용서해 주이소. 내일부터는 정말 좋은 일만 하고 늘 남을 베푸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소라를 던지며 환한 웃음을 짓는 주민들
소라를 던지며 환한 웃음을 짓는 주민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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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빌며 조심스럽게 밝혀진 촛불들
소원을 빌며 조심스럽게 밝혀진 촛불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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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용
그러고는 기쁜 마음으로 차를 타고 먼저 떠나왔습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스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스님은 "직접 방생법회에 찾아와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 말씀을 하신 뒤 웃으시며 또 한마디 하십니다.

법회를 진행하는 스님의 목탁소리와 바다소리가 섞여 묘한 감정을 자아냅니다.
법회를 진행하는 스님의 목탁소리와 바다소리가 섞여 묘한 감정을 자아냅니다. ⓒ 배상용
멀리 동해바다를 보며 소원을 비는 주민들
멀리 동해바다를 보며 소원을 비는 주민들 ⓒ 배상용
"우리 신도들은 왜 이렇지요? 법회가 끝나고 돌아보니 모두 택시나 차를 타고 사라지고 저는 차가 없어 혼자 걸어왔습니다."
"예? 스님 혼자 걸어오셨다고요?"
"진짜 그렇다니까요. 하하."

덧붙이는 글 | 본 기사의 내용 중 스님과 필자의 대화는 기사를 좀 더 재미있게 써 보자는 필자의 과장섞인 표현으로 법회에 참석한 신도님들에 대해 그 어떠한 명예 훼손에 대한 취지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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