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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법원 제2부는 국정홍보처가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 심판청구 사건의 상고심에서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정홍보처는 2001년 7월 동아일보가 언론사 세무조사가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됐고, 국정홍보처장이 정부성명 발표를 남발한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설을 게재하자 반론보도 심판청구 소송을 냈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법원이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국정홍보처의 성명 발표를 비판한 동아일보 기사를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언론의 '의견 표명'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즉, 현행법상 반론보도 청구 대상은 '사실적 주장'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기사가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라면 반론보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자 대법원 판결 이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비판신문 상대 법적대응 남발에 제동을 걸었다' '사설 칼럼 해설에 반론보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해 관련 보도들을 내보냈다.
11일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사설 칼럼 해설엔 반론 청구 못 한다」는 제목을 달아 1면 톱으로 실었다. 사설 '정부의 무분별한 기사 시비에 제동 건 대법원'에서는 "국민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반론권을 악용해 언론재갈 물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이 정권 사람들의 일대 전환을 사법부가 명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대법 "언론의 의견표명이나 비평, 반론보도 대상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싣고 "이 기준에 따르면 사설이나 칼럼 논평 등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의견표명에 해당해 앞으로 이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사설 '"비평기사는 반론보도 대상 아니다"는 대법 판결'에서는 "이번 판결은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한 경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13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이하 민언련)은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지 말라'는 논평을 내고 조선 동아일보의 보도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언련은 "판결문 어디에도 사설, 칼럼 등은 반론보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거나 이와 비슷한 의미를 담은 구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선 동아의 왜곡을 지적했다.
또 대법원 판결이 국정홍보처의 반론보도 청구를 '무분별한 법적대응'으로 가치판단 내린 것이 아닌데도, 조선 동아가 "대법원이 정부의 법적대응을 무분별한 기사 시비에 불과하다고 판결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단체 반론권 허용 판결은 전혀 언급 안돼
오히려 민언련은 "대법원이 문제의 동아일보 보도가 반론보도 청구의 대상이 되는 사실적 주장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법원의 면밀한 검토는 역설적으로 "사설, 칼럼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적 주장(사실과 비 사실을 가를 수 있는 주장, 반대는 단순한 의견 표명과 비평)을 포함하고 있으면 반론보도 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는 중요한 대법원 판시 내용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자사가 반론보도청구권 제도 자체와 가처분 절차 규정에 의한 재판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이유 없다'고 판결나온 것을 거론하지 않은 것. 민언련은 동아일보가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반론보도청구권과 이들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는 현행법 규정을 위헌이라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반론보도 청구사건이 가처분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법률의 규정이 합헌임을 천명"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서도 그들에게 주어진 헌법 및 법령상의 과제와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승인 내지 신뢰를 필요로 하므로 언론기관의 사실적 주장에 개별적 관련성을 가지는 국가 등이 이에 대한 반론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신뢰를 얻거나 유지해야 할 공익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며 동아일보 측의 위헌 주장을 일축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하나의 판결문을 놓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은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과장보도하면서도 사건의 본질, 즉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적극적인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하는 헌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판결문의 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해 버리는 이들 신문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어떤 설명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두 신문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한편, 민언련은 대법원은 실정법의 해석에 기초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반론권의 대상을 의견표명 기사로까지 넓히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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