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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2일 정월대보름, 전국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민속행사가 열린 가운데 충남 서산의 한 마을회관에서는 해마다 하는 장승제와 더불어 미술전시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했다.

서산시 대산읍 기은리(이장 장형수)는 20여년이 넘게 마을의 전통문화축제로 정월 대보름 장승제를 지내오고 있다. 지신밟기를 하고, 장승을 세우고 제를 올리고, 달집태우기를 하는 이 마을행사에 올해는 특별한 행사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그것은 충남민족미술협의회 소속 작가 10여명의 미술작품전시회를 마을회관에서 개최한 것.

▲ 장승제와 액맥이전이 동시에 열린 기은리 마을회관
ⓒ 함종호
장승제 행사를 오랫동안 주도해 온 농악전수자 안철순씨와 이 마을 출신 충남민족미술협의회 회원인 장경희씨는 평소에 미술작품 감상기회가 거의 없는 시골주민들에게 미술작품 감상의 기회를 주기위하여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고 한다.

장승제에 참가한 마을사람들과 작품전을 하기 위하여 온 충남민족미술협의회 작가들은 전날 밤 농악연습을 하며 함께 한바탕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다. 잡은 돼지고기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면서 기은리 장승제에 대한 유래를 들었다. 아울러 이 행사를 더욱 발전시켜서 소중한 마을의 전통을 지켜나가겠다는 기은리 농민들의 굳건한 농심을 공유하였다.

▲ 전날 밤 기은리 주민들과 함께 춤을 추는 작가들
ⓒ 함종호
보름날 마을회관에 모인 수십 명의 주민들은 ‘기은리 장승제 액맥이전’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마을회관 2층에 올라가서 그림전시회를 둘러보고는 호감을 보였다.

'미술 전시회’라는 것을 평소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시골 마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소박한 미술전시회임에도 새로운 감흥이 생기는 듯했다. 보통의 화랑에서는 이해가 안가는 작품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시고 대답을 하면 “나도 그런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떠시기도 한다.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건강한 미술문화를 가꾸어나가기 위하여 1994년에 창립한 충남민족미술협의회는 최근 몇 년간의 침체기를 이 장승제 액맥이전을 계기로 극복하고 활동을 재개하기로 선언하였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였고(cafe.daum.net/chungminmi) 올 8월에는 천안에서 7년만의 정기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 마을회관에서 작품전을 관람하는 할머니들
ⓒ 함종호
▲ 장경희 작 <농부의 손>
ⓒ 함종호
▲ 최평곤 작 <엮은 총>
ⓒ 함종호
전시회를 둘러본 주민들과 농악단은 마을과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신밟기를 한 후, 새로 깎은 2개의 장승을 메고 마을길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에는 작년에 세운 장승과 그 몇 해 전에 세운 장승들, 그리고 인사차 찾아온 지역 단체장과 의원후보들, 올해에도 이런 마을의 축제를 진정으로 기뻐하는 마을사람들이 신참 장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 장승제를 준비하는 기은리 주민들
ⓒ 함종호
‘기은리 장승제 액맥이전’을 계기로 주민들은 작년보다 풍요로운 행사를 지내며 즐거워하였고,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마을사람들과 전통행사에 동참하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주민과 함께하는 전시회, 현장으로 찾아가는 전시회가 더 활성화되어 미술문화와 소통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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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 금강변을 소요하다 나는 하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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