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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자신감, 속으론 초조. 요즘 김근태 상임고문의 마음이다. 임종석 의원의 처지도 비슷하다.

이 둘은 '범양심세력 대연합론'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지방선거 승리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조직'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이같은 '메시지'를 던지며 선거운동을 해왔지만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현재, 홀로서기가 힘에 부쳐보인다는 것도 이 둘의 공통점이다. 김근태 고문은 고건·강금실에게, 임종석 의원은 민주당에게 각각 구호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목표는 각기 다르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1등 당의장이고, 임종석 의원은 최고위원 당선 가능선인 4위 탈환이다. 하지만 판세가 그리 유리하지 않다.

김 고문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과의 격차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임종석 의원의 경우 여론조사 편차가 심한데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근태] "3%가 부족해"... 정동영은 "12% 차이"

▲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두 표 중에 한 표는 김근태에게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등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표시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근태 상임고문의 일성이다. 그런 뒤 김 고문은 "광주·전남의 전략적 선택이 시작되고 있다"며 "수도권 진입은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반격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대연합론'을 좀더 가시화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다. 나를 선택하면 즉각 '양심세력 대연합 추진 연석회의'를 구성하겠다. 공직사퇴 시한 하루 전인 3월 31일까지 반(反) 한나라당 대연합 구도를 완성하겠다."

아울러 정동영 고문의 '선 자강론'에 대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중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대연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내 밑에 들어와 봉사해라, 그러면 보상하겠다'는 말인데 함께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패 카드"라고 차별성을 부각했다.

그는 아울러 다음처럼 호소했다. "김근태가 간절히 호소합니다. 대이변의 3%가 부족합니다. 부족한 3%를 채워주십시오. 개인기가 아니가 연합군을 선택해 주십시오. 김근태를 당의장으로 선택해 주십시오."

김근태 캠프에선 지난 주말·휴일, 수도권 합동연설회 직후 벌인 자체 전화 여론조사를 토대로 "정동영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3.6%(100% 기준)로 좁혀졌다"는 논리를 펴는 것.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정동영 고문 쪽 조사에 따르면 정 고문이 김근태 고문을 12%(200% 기준)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지난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의뢰해 조사한 결과로 정동영(60.5%) - 김근태(48.8%) - 김두관(29.7%) - 김혁규(19.8%) - 임종석(11.6%) - 김부겸(10.5%) 순이다.

정동영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10% 이상 격차가 굳어지고 있다"며 "(김근태 고문과의) 맞대응은 피하고,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기보다 다소 열세인 지역에 대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론은 우리가 강하다, '김근태다움'으로 승부를"

김근태 고문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선거운동의 '벽'으로 정동영 고문을 겨냥했다.

"첫째, 열린우리당의 위기 원인을 추궁하고 평가를 해야하는데 아름다운 경선이라는 미명 하에 평가를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위기 원인을 덮어버렸다. 화합을 원하는 대의원들의 순수한 문제의식을 활용하려는 것을 돌파하지 못했다.

둘째, 전당대회가 '체육관 연설회'가 되고 있다. 물론 내가 연설을 못해서 그렇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엄동설한인데 우리끼리의 잔치를 하고 있다. 당원들과 대의원들의 마음을 미혹하게 만드는 일부 후보가 있다."

김 고문은 이날 저녁 MBC <100분 토론>과 전당대회 당일 연설에 마지막 총력을 펼칠 태세다. 김근태 캠프에선 "토론은 우리가 강하다"며 공세적인 쌍방 토론을 통해 차별화를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다. 또한 15일부터 '연설 기조회의'를 별도로 갖고 있다. 차분하고 진솔한 '김근태다움'으로 승부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임종석] 정동영-김근태 사이 줄타기... 성공할까

▲ 지난 2일 예비경선에서 연설 중인 임종석 의원. 이 날 임 의원은 '전대협 의장'다운 연설로 현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같은 날 임종석 의원은 김효석 민주당 의원(정책위의장)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진정성있는 임종석 의원의 의지가 꽃피우기를 기대하며…'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김 의원은 "임 의원은 한국 정치발전에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화두를 제공했다"며 다음과 같이 통합론을 적극 평가했다.

"나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불붙기 시작한 통합 혹은 정치질서 재편논의가 내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은 물론 다른 모든 당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을 주장하는 임 의원의 진지함과 진정성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활짝 꽃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논의가 새로 시작돼야 한다"며 '제로베이스'를 강조해 통합론의 내용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전제했다.

중위권의 이루고 있는 후보들의 여론조사는 저마다 다르다. 한마디로 자신이 3위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때문에 하루에 수차례 전화를 받는다"는 대의원들의 원성을 감안할 때 여론조사의 주체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예비경선에서 '전대협 의장'다운 연설로 현장 분위기를 압도한 임종석 의원은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조직'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임종석 의원은 일종의 '이중전략'을 취했다. 정동영·김근태 후보 양측의 2순위 표를 노리는 전략이다.

호남의 좌장인 염동연 의원을 통해 정동영 고문의 호남·수도권 표를 가져옴과 동시에 오랜 정치적 동지인 김근태 고문의 호남 표에도 어필할 수 있는 처지였다. 그래선지 임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동영·김근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선거 막판 각 후보들이 자신들의 2순위 표를 놓고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밀 것인가 이른바 '오더(특명)'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서 "정동영 지지표가 김혁규에게 가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애초 정 고문쪽은 "영남은 김혁규, 호남은 임종석" 각각 2순위 표를 나눠 김두관 후보를 견제한다는 전략이었으나 표 분산이 우려되면서 '김혁규 3위 만들기'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근태-김두관의 전략적 연대를 견제한 선택이다.

'임종석 후견자' 염동연, 정동영 고문 만나 항의하기도

이를 감지한 염동연 의원은 16일 오전 정동영 고문과 긴급 회동을 열고 항의를 표시했다. 염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장관이 (김혁규 후보 지지) '오더'를 내렸다는 얘기를 돌길래 이를 확인했다"며 "정 장관은 이에 대해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염 의원은 "통합론에 반대하는 김두관에게 (김근태의) 표가 가고 있다"며 "과거 성장 과정과 통합론 등 생각이 비슷한 건 임종석인데 정작 표를 안주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사실 김근태 고문 쪽에서는 표정관리 중이다. "김근태의 호남 표만으론 4위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애써 친 임종석 태를 내지 않고 있을 뿐. 김 고문쪽에서는 "궁극적으로 임종석 의원과는 노선이 같기 때문에 지도부에 입성하면 함께 갈 상대"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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