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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동안 ‘사회적 미담’으로 회자되었던 이른바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의 연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하철 결혼식’은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것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16일 이 결혼식을 연출한 학생이 진실을 밝혀 거짓임이 드러났다.

언론 등을 통해 이 결혼식을 접했던 많은 시민들은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 중에는 모처럼 우리 사회의 따듯함을 느끼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사실확인도 안하고 보도하나'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을 ‘아름다운 결혼식’으로 보도한 일부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번 ‘지하철미담’이 사회적 관심거리로 대두된 과정에 언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인터넷에서만 ‘미담’이 회자되었다면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결혼식 동영상을 ‘미담’, ‘감동사연’으로 소개하며 시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 ‘모금’ 운운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이끌어갔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번 '지하철결혼식'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가 “동영상의 사실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취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의 취재원을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뭉뚱그렸으며, 결혼식 당사자들에 대한 취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기성매체들은 인터넷 언론들이 선정주의와 속보경쟁으로 사실 확인에 소홀하다고 비판해왔다”며 “그런데 이번사건으로 신문과 방송 역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지키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우리는 언론 스스로 자신들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했다.

또한 민언련은 결혼식이 거짓으로 밝혀진 뒤 일부 언론이 보인 태도도 문제 삼았다. 민언련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해 오보를 낸 신문·방송 가운데 공식적인 사과를 한 언론사는 KBS정도였고 일부 언론은 사실 확인에 소홀했던 언론의 책임을 언급했지만, 학생들과 인터넷의 책임을 강조하고 직접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인터넷 동영상 어디까지 믿어야…>(2.17)에서 이번 사건을 ‘인터넷’의 문제로 몰아갔으며, 조선은 <‘지하철 결혼식’은 쇼>(2.17)에서 이번 사건이 ‘연극’이었으며 이로 인해 비판과 긍정의 상반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짧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국민일보와 경향, 한국일보는 언론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인터넷 정보 유통의 문제를 아울러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현장기자/지하철 결혼식 보도의 교훈>에서 “언론이 인터넷의 위력에 눌려 ‘진실의 파수꾼’ 노릇을 등한시 했다”며 “인터넷 저널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유비통신이나 억측까지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언론이 이를 자정하기는커녕 동조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성했다.

경향신문은 <유령 인터뷰·허위주장·기사식 광고…사실확인 없이 게재·유포 '일파만파'>에서 “기존 매체들이 인터넷 정보를 기사화 할 때 한층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질 것을 먼저 주문”,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주장이 기존 언론매체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만큼 네티즌들도 ‘1인매체’로서 인터넷 활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감쪽 같이 속은 당신…낚였습니다>(2.17)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 매체의 속보 경쟁에 시달리는 기성 언론의 조급증, 게이트키핑 기능도 없이 편집권까지 마구 행사하는 포털사이트의 무책임 때문”이라고 문제를 분석했다.

한편 민언련은 애초 결혼식 동영상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기초취재도 하지 않은 언론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다며 '팔 안으로 굽기'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철없는 장난에 널뛴 ‘냄비 인터넷’>(2.17)에서 “이번 사태가 정보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집단적인 찬사나 비난을 보내는 사이버 문화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신문은 <현장에서/지하철 결혼은 거짓, 감동은 진실>에서 “인터넷 매체는 물론 많은 신문과 방송들이 이 사연을 앞다투어 소개한 뒤 결혼식은 쉽사리 진짜로 자리매김됐다”고 언급했으나, 보도의 초점은 “그들의 사연은 ‘거짓’일지 몰라도 감동은 ‘진짜’였던 셈”이라고 써 언론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방송보도는 이번 연극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는데 그쳤다. MBC 뉴스데스크는 <알고보니 연극>(2.16)에서 결혼식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비난이 쏟아졌지만 학생들 역시 사태의 파장에 놀랐다며 이 연극을 연출하고 연기했던 학생들의 사과에 초점을 맞췄다.

SBS 8시뉴스도 <알고보니 연극>(2.16)에서 “연극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거듭 사죄를 했지만 인터넷의 위력을 타고 삽시간에 퍼진 가짜 감동스토리는 많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만일 언론이 관련보도를 내보내기 전에 최소한의 사실취재를 했다면 ‘지하철 결혼식미담’이 연극이었음이 즉시 드러났고 쓸데없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번 ‘미담’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인터넷책임론’ ‘당사자 책임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회적 공신력으로 볼 때 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언련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실보도’이며 비판도 사실에 기초할 때 가치가 있다”며 “이번 ‘미담파문’이 사실보도보다 비판(가치판단, 논평)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해온 일부언론의 잘못된 언론관이 유포된 결과라면 더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실보도’라는 점을 언론사 및 언론인들이 명심하고 사실 확인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논평 바로가기 
http://www.ccdm.or.kr/board/board_read.asp?bbsid=declar_01&b_num=30995&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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