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꼼장어 구이부터 싱싱한 생선회와 각종 건어물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서식하는 수많은 싱싱한 해산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회 한번 잡사 보이소, 맛있어예"
"입에 한번 드가먼 딱~ 기가 막힙니더~"
시장 아주머니들의 반가운 인사에 눈웃음으로 답례했다. 손으로 잡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미꾸라지처럼 도망치는 꼼장어를 잡아낸 아들아이가 무척 즐거워한다.
시장 앞 부둣가로 나오면 수상택시라고 불리는 작은 배의 선장이 우리를 반긴다. 아들아이와 나는 배를 타고 부산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하늘에는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흥겹다. 선장아저씨는 가요를 틀면서 즐겁게 항해를 시작했다.
멀리 영도다리도 보이고 부두를 중심으로 부산의 고층건물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를 반긴다.
부산은 세계의 미항은 아닐지라도 화려함보다는 진솔한 삶의 현장이 느껴지는 곳이기에 더욱더 아름답다. 다른 나라에도 미항은 많지만 '초호화빌라의 남의 집보다는 단칸방이라도 내 집이 더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도시였다.
계절의 변화로 날씨가 점점 더 포근해지고 춘곤증으로 나른한 날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초고추장에 싱싱한 회 한 점을 찍어 먹는 것만큼이나 싱싱한 체험이었다.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건을 못 사는 사람에게도 찬란한 쇼윈도는 기쁨을 주나니, 나는 비록 청춘을 잃어버렸다 하여도 비잔틴 왕궁에 유폐되어 있는 금으로 만든 새를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아, 봄이 오고 있다. 순간마다 가까워 오는 봄'
피천득 선생의 수필 '봄' 한 구절이 떠오르는 활기찬 삶의 현장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천천히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