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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원촌중학교 본관 회의실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부모들.
지난 15일부터 원촌중학교 본관 회의실에서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부모들. ⓒ 김철관
서울시 서초구 반포 3단지 재개발 공사장 한 복판에 있는 원촌중학교의 존치를 놓고 학교측·강남교육청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대립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단식투쟁에까지 돌입해 귀추가 주목된다.

재개발 시공사인 GS건설은 지난 11월14일 학교 옆에 있는 아파트 철거에 들어갔으나 학부모들의 반발과 공기 준수를 위해 중단했다가 12월 말부터 공사를 재개했었다. 철거과정에서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원촌중학교는 올 1학년을 선발하지 않았고, 얼마 전 2학년에 올라갈 학생 모두를 인근학교로 전학시켰다. 특히 오는 3월 3학년이 될 303명의 학생들이 이곳 공사장으로 둘러싸인 원촌중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아울러 원촌중학교는 이들이 졸업한 뒤 일정기간 휴교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와 관련 학부모들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시행 인가 검토 과정에서 강남교육청과 서초구청이 교육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공청회나 설명회)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결정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최근 학교 측과 강남교육청은 타 학교로의 전학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학부모들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에 함께 입학해 교우관계를 맺고 생활했다는 점 ▲특히 3학년이 전학을 갈 경우 1년 정도 적응 시간을 소비한다는 점 ▲사춘기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점 ▲소수 원촌중학교 학생들이 전학으로 인한 설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실제 타 학교 학생과 원촌중학교 학생간의 현재 사이버상에 분쟁이 심각함) ▲갑작스러운 교육환경의 변화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왕따 문제 등) ▲분산 배치로 학교와 집이 멀어진다는 점 ▲원촌중학교 학생들이 타 학교로 전학할 경우, 과밀학급으로 교육여건이 나빠진다는 타 학교 학부모들의 반대 등을 전학의 폐해라고 주장하면서 전학을 거부한 상태다.

이에 학부모들은 지난 1월 중순 '원촌중학교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대표 이현미)'를 구성해 대책 강구에 나섰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학교나 교육청 등을 방문해 강력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학교를 임시이전 하든지 공사를 중지하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학교 측과 서울시 교육청을 향해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27일엔 원촌중학교 2학년 조나영 학생 외 293명의 학생들이 나서 시공사인 GS건설사를 상대로 공사저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이어 학교 종업식 날인 지난 2월15일, 300여명의 학생들이 등교거부를 한 채 학부모들과 함께 집회를 강행했다.

피켓
피켓 ⓒ 김철관
현재 아이가 2학년(오는 3월2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부모 김정신(47)·홍미영(42)·권희숙(45)·이정선(52)씨 등 4명이 학교 임시이전을 요구하며 지난 15일부터 원촌중학교 본관 1층 회의실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학부모 4명을 제외한 학부모들도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19일 무기한 단식 중인 학부모 김정신씨는 "발암물질인 석면 등에 노출돼 있는 이곳 공사장 안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며 "우리의 행동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며, 어떤 지역 어떤 경우라도 위험에 노출된 공사장 안에 학교를 존치시키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단식 농성장에는 공사로 인해 위험한 등하교길을 다니는 학생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단식 농성장에는 공사로 인해 위험한 등하교길을 다니는 학생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 김철관
그는 이어 "원촌초등학교는 지난 15일 졸업식을 하고 인근학교로 학생들을 옮겨 휴교에 들어갔는데, 유독 중학교만 휴교가 안 된다는 것은 교육 관료들의 탁상공론 때문"이라며 "지난 82년 반포3단지 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원촌중학교도 함께 재건축 공사를 해 새롭게 짓고, 학교를 임시 이전해야 하는 것이 옳은데, 존치를 시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함께 단식중인 권희숙씨는 "학교 측이 재건축 공사에 착수하기 전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상의해 대안을 찾아야 했다"며 "현재 학교 측이나 강남교육청은 학생입장이나 학부모입장에서 이해하려 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대안을 막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일부에서는 강남 아주머니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지만 절대 그것은 아니"라며 "어느 지역이든 막론하고 전쟁터수용소를 방불케 한 공사현장 한가운데 학생들을 방치시키는 것을 없애기 위한 하나의 사례를 담기기 위한 학부모들의 순수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단식중인 이정선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교육당국의 후진성을 알게 됐다"며 "교육이 없는데 무슨 아이들이 미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농성장
농성장 ⓒ 김철관
이날 단식농성장 안에 걸려 있는 노란 천에는 학생들이 친필로 남긴 '우리엄마 살려주고, 공부하게 해 주세요' '돈만 아는 GS건설 정신 차려' '얘들과 헤어지기 싫어요' 등의 내용의 글귀가 써 있었다.

이와 관련 오대수 강남교육청 관리과장은 "임시이전은 비용문제가 해결되면 가능한 것이고 공사 중지는 소음측정 등을 통해 결정할 문제"라며 "3월 개학 때는 방음벽 설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촌중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요구를 담는 글들을 노란 천에 써 농성장에 걸어 놓았다.
원촌중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요구를 담는 글들을 노란 천에 써 농성장에 걸어 놓았다. ⓒ 김철관
한편, 원촌중학교 학습권보장을 위한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지난해 12월 반포3단지 철거공사에서 기준치보다 10배 이상인 석면이 검출됐다고 언론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1982년 62개동 2400세대로 지어진 반포주공3단지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이 철거됐고 이곳에 시공사인 GS건설이 3년 공사기간으로 29층 3400세대 초고층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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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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