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람흔적미술관은 제법 많이 알려졌다. TV 나 잡지 등을 통해서 이제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더군다나 주말에는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 되었다.
바람흔적미술관을 알게 된 지도 거의 10년은 되었다. 지금은 길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아스팔트가 아닌 군데군데 패인 시멘트 포장도로였다. 그리고 미술관도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허름한 건물이었다.
바람흔적미술관과의 인연은 개인전을 포함해 친구들과의 전시회 그리고 지인들의 전시회로 한 때는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그리고 올해 말 이곳에서 다시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합천 가회는 합천의 끄트머리에 있어서 산청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부쩍 유명해진 황매산을 가운데 두고 사이좋게 산청과 합천이 이웃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5월이 되면 황매산은 붉디붉은 철쭉꽃으로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다.
함께 간 지인은 바람흔적미술관이 처음이라 했다. 마침 일요일(2월 19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어느 사진동호회에서 왔는지 저마다 사진을 찍고 찍힌다고 여념이 없었다. 바람흔적미술관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바람개비 조형물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관리가 조금 소홀해서인지 조만간 많은 부분을 손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조형물들도 녹이 슬어서 떨어져 있기도 하고 빛이 바래서 보기 싫은 부분도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에서는 1년 내내 좋은 전시회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한 번 대관을 하면 한 달 내내 전시를 할 수 있고 대관료는 무료다. 그러니 2층 무인카페에 있는 전시회 예약 일지에는 몇 년 동안의 전시회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의 지척에 오래된 절터 영암사지가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영암사지 둘러보기로 했다. 영암사지는 몇 년 만에 처음이다. 영암사지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올라오는데 600살이나 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느티나무는 영암사지의 흥망성쇠를 그 자리에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들른 영암사지에는 그 동안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옛 절터를 복원한다고 축대를 쌓아놓은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옆에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극락보전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사실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영암사지는 거의 1000년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절인데 현대식으로 무조건 큰 규모로 절을 짓는다는 것은 도통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다른 여타의 절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암사지는 그 고즈넉한 맛이 남다르다. 그것도 해질 무렵에 오면 그 맛은 배가 된다. 금당터(금당이라 하면 대부분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을 말한다)를 거닐면서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도 있다.
지금도 그대로 뚜렷하게 남아있는 주춧돌이며 계단 그리고 연꽃 문양의 조각과 동물상들을 보는 것은 신기함 그 자체다. 영암사지 금당터에 있는 특이한 조각이 하나 있는데 우리네 삽살개의 모양을 하고 있는 조각이다. 사자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삽살개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조각은 사자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 조각은 도무지 사자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이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영암사지에 가면 이것은 꼭 한 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영암사지에는 보물이 3개나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쌍사자석등이다. 실상사의 석등처럼 크지는 않지만 쌍사자 석등(보물 제353호)은 매우 아름답다. 석등 중에 보물로 지정된 것이 우리나라에 몇 되지 않는다 하니 그 가치 또한 큰 것 같다.
이 석등은 1933년 일본인들이 눈독을 들여 반출하려던 것을 막아 가회면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다가 원래의 자리로 옮긴 것이라 한다. 이 쌍사자석등은 통일신라시대 즉, 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절 뒤에 우뚝 솟은 바위산 모산재와도 잘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은 더욱 각별하다.
이 외에도 보물 제480호인 영암사지 3층 석탑과 보물 제489호인 영암사지 귀부 2기가 있는데 귀부의 거북이 등껍질 문양은 지금도 선명히 남아 있어서 1000여년의 세월을 무색케 하고 있다.
몇 년 전 이곳에 왔다가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산재 등산을 마치고 막 내려온 사람들로 보였는데 금당터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라면을 끓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산을 좋아하면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데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을 앞에 두고 거기서 술판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바라건대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볼 수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같이 간 지인이 언제 한 번 모산재를 꼭 오르고 싶단다. 산세가 아름다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으니….
이제 남녘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며칠 전 남해에 갔다가 땅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려오는 개불알풀(봄까치꽃)이며 광대나물꽃을 보기도 했다. 아직 영암사지가 있는 곳은 산골이지만 곳곳에서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새 이파리가 돋아나는 봄이 오면 모산재를 느릿느릿 한 번 올라볼까 한다.
덧붙이는 글 | * 산청방면으로 바람흔적미술관 찾아 가는 길
진주 산청 간 국도 산청 방면으로 진행
대의, 단성 IC 쪽으로 빠져나온다(국도 20호선)
20호선 도로 대의, 생비량 방면으로 진행(산청 국도에서 빠져 나온 후 바로 우회전)
신안 교회 앞에서 율곡사 방면으로 진행(직진)
신등면에서 합천 가회 방면으로 진행(농협이 보이는 곳)
마을 끝에서 3거리 나옴 T자형 갈림길 우회전(도로 표지판 없음)
합천 방면으로 계속 직진
Y자 3거리 에서 합천 가회 방면 우회전(도로 표지판 있음)
또 Y자 3거리 에서 합천 가회 방면 좌회전 (도로 표지판 있음)
가회면 소재지 도착 가회다방 앞에서 좌회전(다방 앞에 모산재 표지석 있음)
도로를 따라 산으로 계속 올라가면 왼쪽으로 바람흔적 미술관이 보임
* 합천 삼가 방면으로 바람흔적미술관 찾아 가는 길
합천 방면 국도로 진행
삼가면 입구에서 가회 방면 갈림길이 나타남(도로 표지판 잘 나와 있음)
가회 방면으로 계속 직진(중간에 합천호 갈림길이 나오나 그리 가면 안됨)
직진 하다 보면 산청 방면에서 오는길 반대 편에서 가회면 소재지에 도착
가회다방에서 우회전
* 영암사지는 바람흔적미술관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