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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날의 눈이 춤추듯 내리다. 나주 금성산에서.
입춘날의 눈이 춤추듯 내리다. 나주 금성산에서. ⓒ 나천수
춤바람(立春雪)


나천수


얼마나 얼었을까.
북풍한설에 포박된 봄이
사지에 얼음 족쇄를 차고
긴 겨울 눈 감옥에 갇혔으니,

꽁꽁 얼었을 것이다.
얼지 않았어도 겨우내 누워만 있어서
뼈마디는 굳어지고 등창이 나서
죽도록 몸부림 했을 것이다.

비몽사몽간에 뒤척이다가
아차, 실수로 사지를 묶었던 얼음 족쇄 깨어지니
누웠던 봄이 일어서는가.

입춘 날에 눈이 내린다.
일어서는 봄을 환영하는 것처럼
겨울바람 팡파르에 맞춰
축하의 흰 꽃가루 뿌리는 것인가,

일어서는 봄을 눈 그물로 덮쳐
다시 雪宮에 가두어 놓기 위해
요염한 裸身의 몸으로 유혹의 춤을 추는 것인가.

봄을 유혹하는 무도회에서
눈이 꽃뱀처럼 춤추며 다가오는데
봄도 스스로 취하여
눈 꽃뱀 득실거리는 무도회장에 올라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덩실 덩실 춤을 추니
그 그림자 아지랑이 되어
서로 보듬고 브루스 춤사위로 돌아간다.

눈 그물에 걸리면
한 며칠 독감 걸리는 줄 모르고.................

2006년 입춘 날에/ 눈이 내림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독자를 위한 남도 꽃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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