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기독교, 불교, 천주교에만 허용되고 있는 군종장교의 소수 종교 편입을 위해서는 미국처럼 장병의 0.1%가 신도인 소수 종단에도 군종을 허용하는 전향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헌법의 정신과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소수 종파 장병들의 형평성을 고려한 일정분의 군종장교를 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정책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이 같은 목소리는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군종제도 및 장병 종교활동 발전방안'에 관한 전문가토론회에서 나왔다. 관련 분야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차원의 첫 정책토론회여서 관심을 모은 이날 모임에서는 군 종교 활동의 의미와 소수 종파 신자 장병들의 신앙 활동 개선을 위한 방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주최하고, 국회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실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광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군종제도 문제의 핵심은 종교간 갈등과 대립에서 파생된다"고 진단하며 종교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배타주의를 꼽았다.
최 위원은 이 자리에서 "소수 종단 군종장교의 최적 허용 기준으로 장병 570명 당 군종장교 1명이 필요하지만, 이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군종장교 증원 소요가 발생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 기준으로 미국처럼 장병의 0.1%가 신도인 소수 종단에도 군종을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종단 허용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단, 사이비, 외도 선별기준에 대해서는 "종교의 교리와 의식, 사회적 통념, 군 필요성의 원칙에 부합해 교파를 재정리하는 등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종파 및 교파의 추가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위원은 특히 군종 고유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면서 우수자원의 확보가 가능하고, 여성의 특성을 활용하여 군종 갈등해소와 발전에 기여하며, 국가 및 군의 여성인력 활용 확대정책 목표와 부합한다는 등의 배경을 들어 군종장교의 점진적 여성 개방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현행 제도는 종교간 형평성 위배"..."군내 종교자유 보장되지 않는 모순 초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군봉사부장 김낙형 목사는 토론에서 "현재 3개 종단 이외 여타 종교단체에서의 군종장교 지원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고 말하고 "이는 거대 종파 신자 장병들이 누릴 수 있는 신앙 활동의 혜택이 소수 종파 장병들은 전혀 누릴 수 없는 현실로 이어져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다원주의 원리를 지향하는 헌법의 정신과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소수 종파에 적을 둔 장병들의 형평성을 고려한 일정분의 군종장교를 임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현재 400여명에 이르는 군종목사, 법사, 신부들 가운데 최소한의 인원을 배분하여 소수종파 신자장병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지의 제안으로 사실상의 '쿼터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견은 소수 종파 신자들의 병영내 종교활동 신장을 위한 관련 종교 군종장교의 편입이나 전면개방에 앞선 절충형 제안으로 해석된다.
원불교 교화부 나상호 교무는 "소수 종단의 군종장교 진입에 대한 문제제기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것과 달리, 군내에서 보장되고 있지 않은 모순적 상황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전제하며 "장병들의 종교 및 신앙 활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 교무는 '국민 전체 및 군내 신자수' 등을 군종 파견 종교선정 기준으로 규정한 병역법시행령 제118조2항의 숫자제한으로 인해 "(소수 종교는)병적편입대상종교, 군종장교 임용, 민간성직자 군부대 출입 등이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국민정서상 온전한 교리와 조직, 체계를 갖춘 종교라면 숫자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교무는 "국방부는 소수 종교의 군종이 편입되면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가설적 논리로 소수 종단의 군종 파송을 차단하고 있는데, 이는 종교인권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인지, 군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인지 선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객관적 지표의 제시를 요구했다.
"더 많은 종교간 갈등 야기 개연성도"..."특정 종교 우월의식 배제해야"
동국대 불교학과 김경집 교수는 "보다 현실에 맞는 군종제도의 변화에는 찬성하지만, 다종교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어떤 종교에 문호를 개방할 것인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며 "예산 등 현실성이 고려된 효율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적정선에 이르지 못한 군종장교가 다른 종교를 가진 장병들의 신앙지도를 할 때의 갈등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소수 종교의 군종 편입이 이루어질 경우)더 많은 종교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방부 군종정책팀장 김영철 목사는 종교계의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어차피 2002년 개정된 병역법이 군종장교 편입문제에 있어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의 종교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 종교의 진입도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다만, 종교로서의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설정은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종교사회문제연구소장 윤이흠 교수는 "군대에서의 종교문제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신문화를 집약적으로 노출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한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는 객관적 기준을 찾을 수 없다는 정신으로 타 종교를 바라봐야 한다"며 다종교사회에서의 종교간 객관성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군내 종교활동이 종교의 본원적 기능보다 선교나 포교에 치중함으로써 군종제도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득권을 안고 있는 메이저급 교단의 폐쇄성이 소수 종파 군인들의 신앙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청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그러나 다수 신자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 종단에서는 참여하지 않아 활발한 의견이 오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소수 종교 군종장교의 편의를 위한 '정책공동체'를 구성해 연구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군내 소수 종파 신자들을 위한 관계 법령의 개정 등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정부가 어떠한 개선책을 내놓을 것인지도 주목의 대상이다.
| | "군목 파송 가장 중요한 건 교단 아닌, 지원자 경력" | | | 토론회 지켜본 주한미군 군종장교 박정구 대위 | | | |
| | ▲ 주한미군 군종장교 박정구 대위 | | | 이날 토론회에는 현재 주한미군 군종장교로 일하고 있는 박정구(미국명 앤드류 박, 공군) 대위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로 지난해 7월 한국에 파견되어 오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 대위는 약 3시간 동안의 토론회를 지켜본 후 "한국과 미국의 군종 제도에 대한 차이점과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군 종교의 다원주의 확립 및 관용과 상생의 정신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점은 매우 인상 깊었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자리가 자주 마련된다면 종교간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의 경우 군내 신자율이 0.1% 이상이면 군목 파송이 가능하다고 전한 박 대위는 "미국에서는 안수, 시민권, 대학원 졸업 등 일정 자격요건만 갖춘다면, 교단에서 인증해 주는 추천과 함께 종교에 관계없이 군목에 지원할 수 있다"며 "군목 파송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교단이 아니라, 해당 지원자의 경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위는 "대형 교단이 상대적으로 목사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군에서 필요한 사람을 뽑기 때문에 소수 종교 논란 자체가 없다"면서 "많지는 않지만 이슬람교나 유대교 군목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사랑과 박애정신을 가지고 군종활동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견해를 밝히며 종교간 배타주의를 버리고 진정한 관용의 마음으로 군종제도 본연의 설립목적을 다시 상기해 볼 것을 한국 종교계와 군에 주문했다. / 김범태 | | | | |
덧붙이는 글 | 김범태 기자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