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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가게에서 미래의 소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민성씨의 얼굴에는 늘 기쁨이 묻어나고 있다.
붕어빵 가게에서 미래의 소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민성씨의 얼굴에는 늘 기쁨이 묻어나고 있다. ⓒ 정종인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험난한 인생의 도전장을 내던졌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그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붕어빵 노점상을 선택했지만 후회는 없다.

정읍시 상동 정읍여고 정문 앞에서 희망을 일구며 붕어빵을 굽고 있는 아름다운 30대인 이민성씨(35·정읍시 상동)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 좋은 인상을 가진 이민성씨(35).

그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잘나가던 사무직 사원이었다. 과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각종 민·형사 사건을 취급하며 자신의 미래를 가꾸던 30대 가장이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제 한파로 인해 변호사 수임률이 떨어지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씨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무실을 나와야 했다.

정읍여고 입구에 있는 이씨의 붕어빵 포장마차
정읍여고 입구에 있는 이씨의 붕어빵 포장마차 ⓒ 정종인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인생

군대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을 거쳐 입사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시작한 업무는 나름대로 일의 보람도 있었다. 억울한 처지를 당한 소시민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한 재판이 승소하면 지난 시간의 피로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 가정의 가장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유치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공기를 가르며 우유배달 일도 해보았다.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해' 세상을 다시 배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수입면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붕어빵에서 찾는 새로운 소망

자신이 가진 일명 '밑천'을 헤아려 보며 소자본 창업을 시도했지만 맞춤형 아이템은 '현실과 이상' 속에서 아른거릴 뿐이었다. '불황속 호황'이라 일컬어지는 '천원 김밥'도 생각해 봤지만 점포임대료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적은 자본에 맞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이 씨는 붕어빵과 어묵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호떡도 취급했지만 손이 달려 붕어빵과 어묵으로만 승부하기로 했다.

"미남으로 귀티가 나 이상하게 생각했는디 젊은이가 장허구먼∼"

이 씨가 운영하는 붕어빵가게의 단골고객인 60대 후반의 아주머니는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눈물나는 사연'을 귀담아 들으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정성이 담긴 붕어빵. 먹음직스럽다
정성이 담긴 붕어빵. 먹음직스럽다 ⓒ 정종인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전 재산을 털다시피한 붕어빵 창업을 하며 이 씨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 창업 초창기 이 씨는 붕어빵을 태워 먹는(?) 일이 다반사였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최상품으로 평가될 수 있는 붕어빵을 구워낸다.

붕어빵과 궁합을 이루는 어묵도 60대 단골고객 아주머니의 표현대로라면 '야들 야들∼' 한 맛이 일품이다.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이 씨가 마련한 예금통장에는 종자돈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고창군 성내면이 고향인 이 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군에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군 제대 후 이 씨는 정읍시 고부농공단지에 있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H사에 입사해 납품을 담당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이 씨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정읍시 상동 순복음교회)에서 청년부 활동을 함께 하던 김문경씨(34)를 만나 27살 되던 해에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었다. 지금은 잉꼬부부로 소문난 부인 김 씨와의 사이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유진양(8)과 재롱둥이 찬양군(5)과 알콩달콩 웃음꽃이 피우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믿어주며 격려해주는 부인의 다정한 위로가 가장 큰 재산이다.

"비록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미래의 소망이 있기에 희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와 있다는 사실이 저희부부에게 용기와 위안을 줍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 씨 부부는 건강하고 큰 근심걱정 없는 하루를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하며 희망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참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불꽃을 태우는 이민성씨의 하루는 늘 기쁨이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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