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징계 건으로 파행을 빚은 뒤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퇴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원웅)가 8개월 만에 열린다.
국회 윤리특위는 오는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01호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시한이 임박한 사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예정된 안건은 지난해 9월 대구 국감 술자리 추태와 같은해 12월 국회의장실 여직원 욕설 등이다.
따라서 윤리특위가 그 동안의 공백을 깨고 동료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개월 공백... 윤리심사안 2건은 시한만료 폐기
윤리특위가 '개점휴업'하고 있는 동안에도 12건의 윤리심사안이 접수되었다.
안건은 대구 국감 술자리 추태와 관련된 국회의원이 7명으로 가장 많다. 여기에는 선병렬·이원영·정성호·최용규(이상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성조·주성영·주호영(이상 한나라당) 의원이 포함돼 있다.
임인배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벌일 때 여직원에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윤리심사 대상자로 올랐다.
또 윤리특위에는 김낙순 열린우리당 의원과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이 대상자에 올라있다.
김낙순 의원은 지난해 5월 28일 지역구 저녁식사 자리에서 주먹을 휘둘러 물의를 빚었고,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민주평통자문회의 행사장에서 이재정 수석부의장 얼굴에 맥주를 끼얹은 행위로 제소됐다.
하지만 김낙순 의원과 박계동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안은 지난 8개월간 윤리특위가 열리지 못하면서 논의조차 한번 못해보고 자동폐기됐다.
국회법상 윤리특위는 안건이 상정된 이후 3개월 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물론 1차 심사기간인 3개월이 지나면 회의를 통해 다시 2차 심사기간을 3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두 안건의 시한은 연장되지 않았다.
또 지난 국감기간 동안 피감기간으로부터 술자리 접대를 받고 업소 사장에게 폭언을 해로 문제가 됐던 대구국감 술자리 추태사건의 경우도 관계된 의원들이 윤리특위에 제소된 날짜는 각각 다르지만 이미 1차 심사기간을 넘긴 상태다.
당시 폭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30일 열린우리당에 의해 제소됐고, 나머지 의원들은 10월 5일 대상자로 올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심사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2월 임시회 기간에 윤리특위 정상화에 대한 방법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시한만료가 폐기될 상황이다.
작동 않는 윤리특위, 소모 예산은 1억원 육박
일단 국회 윤리특위가 27일 회의를 재개함에 따라 관련 의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당장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적다.
김원웅 위원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윤리심사안이 위원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안건으로는 상정되지 못했다"며 "27일 회의는 윤리심사안을 정식 안건으로 회부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안건으로 상정된 윤리심사안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3월 임시국회를 넘긴다면 역시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식구 감싸기'식 윤리특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세금만 축내면서 '식물 상임위원회'가 되고 있지 않느냐는 것.
참여연대는 23일 성명을 내고 "작동하지 않는 윤리특위에 쏟아져 들어간 예산이 이미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리특위의 지난해 예산은 1억 3천여만원이며, 올해도 1억 2천여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윤리특위 정상화와 개선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원기 국회의장과 당시 국회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게 공전상태에 빠진 윤리특위 정상화 방안과 구체적 일정, 개선계획 등을 공개 질의하기도 했다.
한편 윤리특위는 27일 회의를 통해 ▲민간자문위원회 구성 ▲정당별 윤리특위 위원수 재배분 등 안건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