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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유치원 졸업을 하게 되어 선생님들 선물을 사러 갔다. 늘 하던 대로 무난하게 책이나 살까 하다가 분위기를 좀 바꿔보기로 하였다. 하여 대안으로 산 것이 김광석의 CD였다. 포장을 하면서 '김광석'이라는 이름 석 자를 살펴보자니 새삼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김광석의 노래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사랑했지만'을 통해서였다. 어느 해 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벚꽃이 흐드러지던 4월의 밤. 벚꽃 길을 함께 걷던 네 명의 여자 중 사랑에 빠져있던 한 친구가 그의 노래를 언급했다.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알고들 있니?"

나머지 세 여자는 '글쎄….'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 노래 아주 좋아' 하면서 혼자 나직이 불렀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지./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던/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버려/ 때론 눈물도…….'

"사랑에 빠지면 좋은 노래도 먼저 알게 되나 보지?"

그 후 어느 밤 라디오에서 '사랑했지만'을 오리지널로 들을 수 있었다. 이 노래를 처음 언급해준 친구의 말대로 '사랑했지만'은 정말 매력적인 노래였다. 가사도, 멜로디도, 그의 목소리도 삼박자가 조화로워 어디 한군데 나무랄 때가 없었다.

나는 공테이프 하나에 '사랑했지만'을 녹음하여 듣고 또 들었다. 사랑의 실체에 빠지기보다 '사랑노래'에 빠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신났다.

'이등병의 편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 아일랜드 민요를 들었을 때와 같은 짠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하모니카의 애조 띤 울림과 함께 시작되는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은 훈련소는 아니지만 집 떠나와 객지 생활하던 내 유랑인생이 겹쳐져 무척 공감이 갔다.

멜로디가 어쩌면 그리도 매력적인지. '도레미미 솔미레도 레레레도 레도레….'이런 단순한 계이름에 음표 길이를 적당히 늘이고 줄여 마법의 멜로디가 나온 것이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잠결에서였다. 한때 근무하던 직장에서 당직 업무를 끝내고 숙소에서 자면서 선잠을 잤는지 잠결에도 음악이 들렸다. 어느 방에서 흘러나오는지. 그중 어떤 한 노래가 특히 듣기에 좋았다. 그 노래가 절정을 향하던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라고 한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몽유병 환자처럼 자다 말고 음악 소리가 나던 곳으로 당장 저벅저벅 걸어갔다.

"노래 제목이 뭣이오? 참 좋아서 자다가 깼소."
"김광석의 노래들인데 무슨 노래에서 '뻑' 갔다는 것인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라고 한 노래 말이오."
"아, 그 노래요? '이등병의 편지'입니다."
"되감아서 다시 한번 들려 주시오. 아니, 두 번 세 번."

그날 이후 나는 김광석의 테이프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듣다 보니 그의 모든 노래들이 다 좋았다.

콘서트 한번 못 간 것 후회스러워

'사랑했지만'을 좋아하던 시절 김광석의 콘서트 포스트를 보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 다음으로 미루면서 지금 안 봐도 나중에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가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이야.

그가 떠나고 나서야 그의 고독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전에는 '아,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고' 하면서 그저 즐기고 감탄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가버리고 나자 공감을 자아내던 노래들은 다 그의 '고독'의 대가였음이 전해져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김광석은 그렇게 가서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그가 그렇게 일찍 가버려서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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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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