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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집을 지을 때는 둘레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짓는다고 하지요. 그래서 옛집들은 다들 흙과 나무로 지었는데, 요즘은 집을 짓는다고 미국이나 아마존 유역, 혹은 지구를 반 바퀴나 넘게 돌아서 재료를 가져옵니다.
저는 창고에 많이 있는 플라스틱 파레트와 나무 파레트, 그리고 시골 동네를 돌면서 주워온 구멍 난 양철지붕, 뜯어낸 문짝 등을 이용해 닭장을 지었습니다. 이른바 폐품을 재활용한 것이지요. 돈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못 몇 개만 박았고, 나무 두어 개만 잘랐습니다.
오전 내내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리고, 재료를 구하고 닭장을 짓느라 점심을 아주 늦게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채소를 심을 화단에 퇴비를 깔고, 담장을 약간 손질하고 닭장을 마무리했습니다. 하루가 참으로 바쁘게 지나가더군요.
닭장 속에는 닭들이 쉴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커다란 판자를 걸쳐 두었습니다. 닭들은 천적의 침입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잠을 자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저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 좀 자라면 문을 열어 두어도 되지요.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이곳이 제일 안전한 곳임을 알기에 알아서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주인은 문만 닫아 주면 됩니다. 그렇게 며칠 하다 보면 닭들이 아주 귀엽게 보입니다. 아침이 되면 문을 열어 달라고 모두 문 앞에 모여 시위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때 문을 열면 경주를 하듯 달려 나오지요.
화단을 손질하고 나온 흙을 지붕에 올렸습니다. 어림잡아 한 평은 넘어 보이는 땅이지요. 강남에 있는 땅 한 평이 몇 십억이 된다고 하는데, 저 땅은 얼마나 할까요? 콘크리트 위에 굳이 흙을 올리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가진 땅이 없기에 저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마당은 온통 콘크리트로 덮어 두었고, 흙은 아주 조금만 있으니까요. 그물까지 사 와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참았습니다. 일부러 차를 타고 나가야 하게 때문이지요. 하루만 참으면 차를 타고 나갈 일이 있고, 그때에 사오면 되거든요. 그러면 기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