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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삼릉
배리삼릉 ⓒ 추연만
보통 무덤에도 '돌레솔'로 불리는 솔숲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왕릉 주위에는 흔히 큰 솔숲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능선에서 보는 푸른 소나무는 새삼 생명의 가치를 더 느끼게 한다. 그래서 소나무 숲은 왕릉의 위엄과 문화가치를 더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지막한 산에 솔숲이 없고 큰 무덤만 홀로 있다면 왕릉의 위엄은 훨씬 반감될 것이다. 자연과 분리된 허허벌판에 아무리 큰 무덤을 세운 들 무슨 경외감이 들겠는가? 왕릉은 솔숲을 포함해 산자락의 일부로 존재할 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

소나무 사이로 본 삼릉
소나무 사이로 본 삼릉 ⓒ 추연만

삼릉 솔숲에서 등산객이 남산을 향해 걷고 있다.
삼릉 솔숲에서 등산객이 남산을 향해 걷고 있다. ⓒ 추연만
경주 삼릉의 자연송림은 주위 환경과 잘 어울린다. 백 년을 훨씬 넘긴 소나무들이 곳곳에 우뚝 서 있다. 배리 삼릉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비로소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왕릉에 소나무가 없어도 지금과 같이 멋있는 모습일까?

삼릉의 주인공이 신라의 박씨 3왕이라 전하고 있지만 이를 증명할 확실한 기록은 아직 없다. 다만, 3개의 무덤이 한곳에 모여 있는 지명과 무덤의 규모나 축조방식을 고려하여 ‘배리삼릉’이라고 부른다. 또한, 삼릉은 경주 남산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등산코스인 삼릉계곡의 출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경주시 외동의 괘릉. 왕릉 입구의 무인석(오른쪽)은 아랍인 모습을 하고 서 있다.
경주시 외동의 괘릉. 왕릉 입구의 무인석(오른쪽)은 아랍인 모습을 하고 서 있다. ⓒ 추연만

괘릉 나무사이로 본 봉분(지난해 촬영)
괘릉 나무사이로 본 봉분(지난해 촬영) ⓒ 추연만
경주 외동에 있는 신라시대 왕릉인 괘릉도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괘릉은 신라왕릉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을 갖추었으나 능을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로 인해 더 멋스런 풍경을 자아낸다.

괘릉은 신라 말기 원성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나 이 또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괘릉은 작은 연못에 관을 걸어 흙을 쌓아 능을 만들었다는 전설에 따라 붙은 이름이다. 지금도 왕릉 아래쪽 땅은 젖어있을 때가 많다. 습한 땅에 무덤을 세운 것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괘릉에는 특이한 조각상이 여럿 있다. 왕릉 입구에는 무인상, 문인석 한 쌍이 서 있고 그 뒤로 괘릉을 지키는 4마리 사자상이 배치돼 있다. 예로부터 큰 무덤에는 사자상이 흔히 등장하나 괘릉처럼 힘차고 밝은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다. 특히 눈길이 머무는 곳은 아랍인 얼굴의 무인석이다.

무인석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덥수룩한 수염이 잘 조각되어 있어 동양인을 모델로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아랍인이 쓰는 두건(터번)을 쓴 모습으로 보아 서양인을 본뜬 조각이란 것이 정설이다. 아랍인의 모습을 조각할 정도로 당시 신라인들은 서역인과 활발한 국제교류를 한 것이란 증거가 여기도 나타난다.

흥덕왕릉 소나무는 마치 편모운동 하듯 휘어져 자라고 있다.
흥덕왕릉 소나무는 마치 편모운동 하듯 휘어져 자라고 있다. ⓒ 추연만

흥덕왕릉 (지난해 촬영)
흥덕왕릉 (지난해 촬영) ⓒ 추연만
경주시 안강읍의 흥덕왕릉에도 이런 아랍인 조각상이 서 있다. 흥덕왕릉은 주인이 밝혀진 왕릉이며 전체적인 양식은 괘릉과 매우 흡사하다. 흥덕왕은 '국제무역왕' 장보고를 청해진 대사로 임명한 신라 말기의 왕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흥덕왕은 왕비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기록되고 있다. 흥덕왕은 왕위에 오른 첫해에 왕비 장화 부인을 잃었으나 재혼을 하지 않고 아내를 그리며 평생 홀로 지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 탓인가? 흥덕왕릉 앞 상석을 만지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로 인해 사람들이 하도 상석을 만져서 돌이 닳았다고 한다.

흥덕왕릉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 대신에 삐뚤삐뚤한 소나무가 숲을 이룬 특이함에 더 눈길이 간다. 이런 자연송림과 어울리는 왕릉은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비 온 뒤라 그런지 능 주위에 선 소나무가 더욱 푸르게 보인다. 조각상조차 천 년을 뛰어넘어 파릇한 잔디처럼 생기가 도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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