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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도 성폭행범 문제로 시끄럽다. 특히 호주 성범죄가 희생자의 연령과 장소와 무관하게 노인부터 어린여아 전반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가해자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2000년부터 해마다 되풀이 되어온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성폭행범 사법처리 25%, 실형선고율 1% 미만

▲ 호주는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다. 사진은 1984년에서 1999년까지 6세~12세 어린이 약 40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인 마크 안소니 포이(44).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성추행 행각에 대해 무기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월31일, 호주 빅토리아 주의 한 양로원에서 98세 된 할머니가 성폭행을 당한 후 그 충격으로 사망했다. 이 할머니는 3년 전인 2003년, 치매증상으로 양로원에 입주한 후 남자 간병인(35)으로부터 6개월간 3차례에 걸쳐 강간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 외에도 90세 이상의 다른 노인 3명도 같은 간병인으로부터 1년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동료 간병인의 고백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동료 간병인은 1년 이상 이 사실을 묵인해 오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한편 2월 23일에는 지난 2004년 10월 여행 중에 호주인 2명으로부터 약을 탄 술을 받아 마신 후 3차례에 걸쳐 성폭행 당한 한국여성 2명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 각각 37세, 29세인 두 피고인은 한국여성 외에도 같은 수법으로 7명의 외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강도와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한해 평균 성폭행 신고건수는 1만1천 건으로, 이중 아동 성폭행 사례가 약 350건, 윤간 60건이다. 하지만 이는 신고 접수된 건수에만 국한된 수치로 실제 피해자는 접수된 수치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호주에서 성폭행범이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 호주 실정법은 살인과 강도, 강간에 대해 최고 형량(20~25년)을 선고토록 하고 있으나, 실제 이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

호주 통계청의 2002~2003년 통계에 의하면 피해 여성의 15% 정도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신고된 가해자 가운데 평균 25% 정도만 사법절차에 따라 법정에 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정에 선 가해자 대부분도 집행유예나 훈방, 사회봉사명령으로 풀려났으며, 최종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여성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지적이다. 수치심과 가족 및 주변인들에게 알려지는 수모를 견디면서 신고를 한다고 해도 경찰이나 사법기관의 사건처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이는 최근의 성폭행 사건 처리과정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 호주통계청이 발표한 1993년~2003년 호주의 성범죄 증가율.
이해 못할 재판부, 성폭행범에게 행운을 빈다?

지난 해 8월 빅토리아 주에서 발생한 일이다. 술을 먹은 상태에서 한밤중에 자신의 아파트 옆집에 들어가 잠자던 20대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30대 남성이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대로 풀려났다. 피해여성은 집에 놀러왔던 친구가 돌아간 후 깜빡 잊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가 변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금까지 성실하고 선량한 시민으로서 성폭행 전과가 없고, 만취된 상태에서 잠시 판단력이 흐려져서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사료되어 앞으로 3년 동안 동일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담당 판사는 법정에서 그에게 '행운을 빈다'며 앞날에 대한 덕담까지 남겼다.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 못한 이 언행은 피해 여성에게 더욱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 그 가해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한 잡지사에 2만 불을 받고 팔아 넘겨 돈까지 버는 파렴치함을 드러냈다.

또 지난 2002년에는 시드니 서부에서 두 형제가 한 해 동안 8명의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법정으로부터 총 87년의 형량을 선고받았으나, 즉석에서 70년을 감형 받은 일도 있었다. 이후 판사는 다시 이들의 형량을 7년 더 감형, 결국 두 형제는 2013년 석방을 앞두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 풀려난 뒤 피해자 옆집에 거주

▲ 지난 2005년 75세 노인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ABC-TV의 시사 프로그램 < Four Corners>.
호주 법정이 성범죄자들에게 지나친 관용을 베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미온한 법적 처벌보다는 실제적이고 보다 효과적인 처벌방식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성범죄자들이 사회봉사 명령이나 집행유예로 대부분 풀려나고, 일부는 감옥에 가게 된다 해도 때가 되면 다시 사회로 복귀하여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성폭행 가해자들은 짧은 형기를 마치고 사회 재적응과 교화 명분으로 카운슬링 프로그램에 몇 번 참가한 후에 다시 동일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퀸즐랜드 주의 한 초등학교 근처에 살면서 등교하던 여자 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 한 죄로 감옥에 갔다가 풀려난 가해자가 같은 집에 버젓이 살고 있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언론은 당시 피해 어린이의 가족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도 성폭행범이 같은 지역에 산다는 사실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성범죄자에 대한 인신구속을 대체하는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범죄자를 화학적으로 '거세'하라

이와 관련, 시드니 APM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연구소의 강사이자 저술가인 필 다이의 '성범죄자들에 대한 화학적 거세론'이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성욕을 촉발시키는 남성호르몬 테스토로스테론을 화학적 시술로 조절하는 게 성범죄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추는 약물 주사를 1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맞게 하거나 일종의 거세시술이라 할 수 있는 고환제거수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주변에 알리고 신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홍보하고 있는 성폭력 방지센터의 홈페이지.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도 필 다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독일에서 남성 호르몬 조절 시술이나 제거 수술을 받은 100명의 성범죄 전과자들과 거세술을 받지 않은 35명을 연구한 결과, 거세 요법을 받은 집단의 성범죄 재범율은 3%에 그친 반면, 자연상태로 둔 성범죄가해자들은 절반(46%)에 가까운 숫자가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덴마크에서 화학적 거세요법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에도, 성관련 범죄의 재범은 물론이고 폭력이나 난폭한 행동 등으로 구속되는 사례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필 다이는 이밖에 미국의 여러 주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도 성범죄자들에 대한 화학적 거세술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범죄자 스스로 거세술을 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 다이에 따르면, 일생 동안 강간충동으로 평생 감옥을 들락거리느니 거세를 하고라도 사회에서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성폭행 범죄가 본인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밖에 위치추적 확인이 가능한 전자 발찌를 채우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성폭행 전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재발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전자발찌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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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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