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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몸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남자의 몸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 웅진지식하우스
물론 그 당시에도(15년전쯤) 성교육이 있긴 했지만 선생님들의 성교육 수준은 늘 딱 '난자와 정자가 만나면' 딱 그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가 물어보자니 민망하고 야한 잡지나 비디오를 보며 답을 알아내려 해도 거기에는 제대로 된 답이 있을 것 같지 않고 하니 도통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에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고민들 중에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성기의 모양, 크기 등에 관한 문제였던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성기가 커지면 왼쪽으로 휜 거 같아'(심하지만 않으면 물론 정상이다) 하며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울상을 지으며 얘기했고 또 어떤 아이는 '내 꺼 너무 작은 거 아냐? 여자가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때 이른 고민을 하기도 했다.

성인 때도 계속되는 사춘기 시절 성적 고민

여기까지는 그래도 사춘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 TV를 보다가 난 깜짝 놀랐다. TV에서 하고 있던 프로그램은 중년 남녀 배우부터 젊은 개그맨까지 성인 연예인들이 나와 성적인 호기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들이 질문하는 내용들이 어렸을 적 나와 내 친구들이 킥킥대며 궁금해하던 그런 내용들이 아니던가?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비뇨기과 의사에게 질문하는 건 이런 수준이었다.

"여자는 섹스하는 시간이 길어야 좋아하나요?"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성기 크기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놀라웠던 건 성인이 된 그 순간까지도 사춘기 시절 성적 고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성에 관한 얘기를 대놓고 하기는 쑥쓰러워 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성폭행이 빈발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자신도 올바른 성적 지식을 갖고,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성적 지식을 전달해주어야 할텐데 대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한단 말인가? 직접 이야기하기 쑥스럽다면 <미치도록 궁금한 남자의 몸>, <미치도록 궁금한 여자의 몸>이라는 책을 건네주는 건 어떨까? 이 책은 남자편, 여자편으로 나누어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가질만한 성적 호기심과 그 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봤던 성교육 책들은 상당히 빙빙 돌아 말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다보니 알아듣기가 어려웠던 반면 이 책들은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민망한 옷차림으로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살면서도 정작 진짜 남녀간의 몸이나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직설적인 편이 훨씬 더 성교육에 효과적일 듯싶다.

생각해봐라.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이런 식의 성교육을 듣고 보고 있겠는가. 인터넷의 발달로 조숙한 아이들은 이미 야한 동영상을 통해 섹스 행위를 접한 아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생물학적인 이야기를 해준다고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은 뻔하다.

그러나 야한 동영상에서는 만나면 뽀뽀하고 빨고 섹스하는 내용만이 나올 뿐이지 사춘기 소년들이 정말 가질 만한 성적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실마리는 없다. 아니 오히려 속된 말로 남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말 만한 남자 배우들의 성기를 보고 자신의 성기 크기에 대한 고민을 가질 것이며,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엄청나게 큰 여배우들의 가슴을 보고 열등감을 느끼는 등 부정확한 성 정보를 전달해 줄 수도 있다.

시대에 맞게 성적 호기심을 해소해주는 책

아이들이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 만들어진 음란물을 보고 잘못된 성지식을 무한대로 흡수하기 전에 <미치도록 궁금한 남자의 몸>, <미치도록 궁금한 여자의 몸>을 쥐어주는게 어떨까 싶다.

여자의 몸 제대로 알아봅시다!
여자의 몸 제대로 알아봅시다! ⓒ 웅진지식하우스
남자 편에는 불알 크기를 재보라고 그림까지 그려놓은 데다가, 고환암 자가 검사법까지 알려주는 등 말로 하기에는 쑥쓰럽지만 필요할 법한 성적 지식을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어디 그 뿐이던가. 여자편에서는, "13살인 제가 섹스를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해요"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들려주며 제대로 된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확실히 환기시킨다(물론 미국 저자의 책이라 우리나라 실정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여중생이 아기를 낳았다는 기사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무리한 이야기는 아닐 듯 싶다).

이 외에도 서로 다르게 생긴 성기, 성기를 보호하는 법 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그림을 그려놓아 아이들이 질리지 않게 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극적으로 책을 구성했는가 하면 그 역시도 아니다. 그저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자연스레 아, 그건 그래서 그렇구나 라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여전히 사춘기 시절 고민을 하고 있는 성인들도 한 번 쯤은 봐두어도 나쁘지 않을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요새 성폭행 사건이 빈번한데 제대로 된 성교육부터 시작하면 이런 일이 좀 줄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성교육 관련 책을 아이들에게 한 권 쯤 선물해주는건 어떨까 싶습니다.


미치도록 궁금한 남자의 몸

아레아 마다라스 지음, 권진욱 옮김, 웅진주니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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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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