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준비 정도는 한마디로 답답한 실정이다. 선거일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당내에서는 '출마하겠다'는 인사들보다 외부 인사 영입에 더 눈이 쏠리는 모양새다.
최악의 상황은 막기 위해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 볼 수 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발원지"라고 자칭하는 광주광역시장과 전라남도 선거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광주광역시장 선거의 경우 그 동안 우리당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유력한 카드로 내세웠지만, "절대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이 완고해 최근들어 이 카드는 포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떠오르고 있는 카드는 정찬용(사진)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다.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안 나간다" 했던 정 전 수석... 지금은 즉답 회피
그동안 정 전 수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선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출마의사는 전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정찬용 나가라' '조영택 나가라'이런 식으로 찔러보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광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심각한 고민의 결과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수석은 이날 오전 광주지역 우리당 소속 한 의원에게 이 같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 전 수석은 열린우리당의 출마 권유에 대해 "당이 마땅한 시장감이 있느냐를 고민해서 10명이면 10명의 후보군을 먼저 정리하고 죽어도 안 하려는 사람은 빼줘서 압축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멋지게 경선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나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 전 수석의 발언은 광주시장 후보로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던 그가 출마여부에 대해 "안 한다"는 말 대신 "찔러보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답하는 것은 고심 중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와 관련 우리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정 전 수석이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당 소속 광주지역 한 의원은 "'절대 나가지 않겠다'던 정 전 수석이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당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서 우리당의 붐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의원들 모임에서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정찬용 전 수석을 설득해 출마를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찬용 전 수석은 NGO대사직을 수행하면서 일명 'S-Project'의 추진을 위한 '서남해안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