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이라고 하는 KBS 1TV는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 55분까지 3·1절 기념행사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전부다. 나머지는 기존 방송편성과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이다. KBS 2TV는 3·1절 프로그램 자체가 없으며 '생뚱맞게도' <엽기적인 그녀>라는 한국영화가 편성되었다. 그리고 역시 월드컵 특집이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KBS의 3월 1일 편성표가 이런데 또다른 공영방송 MBC나 민영방송 SBS는 과연 어떨까?
'역시나'였다. MBC와 SBS는 10시에 하는 3.1절 기념행사만 있을 뿐 그 어디를 살펴봐도 온통 월드컵 특집 방송뿐이다. 그래도 교육방송인 EBS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다. 저녁 11시부터 50분간 3·1절 다큐멘터리뿐 나머지는 기존 프로그램 그대로다.
공중파 방송이 외면하는 3·1절
물론 3·1절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을 종일 방송하는 것도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3월 1일은 나라를 뺏긴 설움을 잊지 않기 위해 공휴일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일본의 우익단체는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기며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토문제이다. 아무리 월드컵을 즐기고 싶어도 자신의 땅, 자신의 나라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라를 잃고 설움을 떨치기 위해 피를 흘렸던 고귀한 3·1운동이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행사로 인해 밀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단 하루의 시간만 주어지는 3월 1일. 이 하루만큼은 선조의 피를 잊지 않는 마음을 갖기를 희망해 본다.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은 3월 1일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공중파 방송이 외면할 때 우리 역사는 점점 퇴색해져 가고 계속 진행해야 할 친일파 청산이나 영토분쟁은 갈수록 풀기 어려운 과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