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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출제방식이 바뀐다는 토플, 토익 시험때문에 수험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당장 1점이 아쉬운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부정행위, 웃돈접수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점수를 올려주는 '쪽집게 강의'로 점수를 딴 한국 학생들이 막상 현지에서는 '먹튀'로 둔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시험주관단체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돈다.

공교육을 통해 9~12년 동안 배운 영어임에도 시험에 '말하기' 부문이 강화된다는 소식에 각 학원들의 스피킹 강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필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고백하건대 여러 달에 걸쳐 이미 거금을 들여 사설 영어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고작 한다는 말이 '도서관에 갔는데 사람이 많았다, 적었다' 정도다. '신입생들이 들어오면서 캠퍼스 분위기는 한결 밝아질 만도 한데 이곳 도서관은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처박고 있는 취업준비생들로 스산한 기운만 감돌았다' 같은 표현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 영어공부는 그럼 왜 하나?
"글로벌 시대라고 하니까. 더 자세히 말한다면 어차피 우리 나라는 자원도 없고 하니까 외국과 교역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외국어 특히 만국공통어라는 영어는 필수니까."

- 솔직히 말해라
"그래. 대학, 기업에서 토익, 토플 점수 원하니까!"

- 진짜 영어하는 이유는 없는 거네
"아니다. 실제로 영어 배우면 어디서 어떻게 쓸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차원에서 배우는 거다. 뭐 타임지도 사전없이 보고 셰익스피어 희곡도 읽고. 그런 거 아니겠냐?"

- 그럼 당장 떠오르는 영어 한번 해봐라
"어… 그러니까… hi, (아니지. 처음부터 반말처럼 하면 안 되지) hello… how old are you? 대충 이 정도다."

신영복 교수는 그의 책 <강의>에서 'I am a boy'는 물론 심지어 'I am a dog'이라고 배웠던 지난날의 영어교과서에 뜨악해했다.

천자문의 첫구절 '천지현황'에서 보듯, 우주의 원리를 천명했던 지난날의 교과서와는 그 정신세계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의 어학교육은 어학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다시금 우리 모습을 둘러본다. 취업대란에 목졸린 젊은이들이며 경쟁사회에 위협을 느끼는 직장인들 하며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처음 등록하는 영어학원. 그들은 오늘도 반갑지도 않은데 'Hello'라고 인사하며 별로 좋지않은 처지임에도 'I'm fine'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 교수는 말한다.

"어학보다는 그것에 담겨있는 내용에 주목하면 충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어학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강의> 중


정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영어책을 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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