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으로부터 "일부일처제의 통념에 대한 소설적 논의에서 단 3인의 등장으로 장편을 이루어낼 만큼 눈부신 작가적 역량을 보여준다. 월드컵 4강전을 관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상금 1억원의 제2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가 출간됐다.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소설적으로 풀어낸 박현욱의 이번 장편에서도 그의 전작 <동정 없는 세상>과 <새>를 통해 확인한 가볍고 경쾌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빛난다.
소설은 평범한 회사원 덕훈과 온몸으로 자유연애를 실천하며 사는 분방한 여자 인아의 연애담으로 시작된다. 둘의 사랑이야기 속에 양념처럼 섞여드는 게 '축구'다. 작가는 축구를 통해 인간과 인간보편의 삶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을 구사하는데, 이를 위해 수십 권의 축구관련 서적은 물론, 오만가지 인터넷사이트를 섭렵한 듯하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르던 2002년 마침내 인아의 결혼승낙을 받아냄으로써 '사랑의 승리자'가 된 듯했던 덕훈. 하지만, 그 승리감과 성취의 쾌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아내 인아의 갑작스런 고백. "나, (또)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생겼어." 게다가, 덕훈과 이혼도 할 수 없단다. 두 남편의 아내로 살겠다는 인아.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소설 속 설정은 아슬아슬한 게임처럼 이어지고, 인아는 누구의 자식인지 확인하기 힘든 딸을 낳는다. 묘한 건 덕훈의 태도다. 인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이 복잡미묘한 감정 속에서 덕훈과 인아, 그녀의 딸과 두 번째 남편은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하는데….
"한 번 읽으면 황당하지만 두 번 읽으면 슬픈 소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곧잘 벌어지고, 이해하기 힘든 사랑의 방식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생경한 소재와 특이한 발상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국사회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수긍하기 힘든 여성의 복혼(複婚)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큰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박현욱 문장이 지닌 '몰입의 힘' 때문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의 한 사람인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현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한 번 읽으면 황당하지만, 두 번 생각하면 슬프다"는 심사평을 내놓았다.
기자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가부장제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블랙코미디로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었다. 웃음 끝에 묻어나는 씁쓸한 뒷맛은 김미현이 느낀 슬픔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결혼이라는 결정적 한 골을 희망한 남자와 2명의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한 한 여자의 유쾌한 반칙 플레이'라는 책의 헤드카피가 인상적이다. 상대를 향한 기대가 제각각 다른 덕훈과 인아는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인아의 두 번째 남편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또, 인아의 딸은 두 명의 아빠와 살아온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책은 여러 가지 의문을 연이어 부른다. 이와 동시에 문학 외적인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충분하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문단 안팎에서 일으킬 논쟁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