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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입법·사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현황 및 증감 내역을 일제히 공개했다.

증감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재산공개 대상인 1068명 중 80.1%인 856명이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신고되었으며, 19.9%인 212명만이 감소하거나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신고 됐다. 특히 증가자 중 274명, 즉 25.6%는 그 증가 폭이 1억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위 공직자들 중 상당수는 재산이 증가했으며 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이들은 그 액수가 어마어마했다는 점이다. 반면, 하위권 공직자들의 경우 오히려 부채만 잔뜩 안고 있는 일이 허다했다. 이와 같은 모습은 공교롭게도 양극화 문제가 가장 커다란 화두인 한국 사회와 사뭇 닮아 있다.

물론 이들 고위 공직자들이 정당한 노력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다면 단순히 재산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재산 증가 여부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부를 쌓았는지 따져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양극화의 핵심에는 토지문제가 있다

눈여겨볼 만한 사실은 상위권 공직자들의 자산목록 1위가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이는 여전히 많은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생산 활동의 도구로 보기보다는 자산으로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8ㆍ31 부동산 대책의 주역이라 불릴 몇몇 공직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뒷맛이 씁쓸했다.

부동산, 정확히 말하자면 토지 문제는 토지를 실수요 목적, 즉 주로 생산이나 거주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치부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보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회가 성장, 발전하면서 토지 가치가 자연스럽게 상승하든지, 아니면 투기 목적에서 개인이 매입한 토지의 가격이 오르든지, 상승가치가 모두 개인에게 허용된다면 사회는 비효율과 불공평의 문제를 동시에 떠안게 되고 만다.

우선 자신이 노력하지도 않은 결과물을 맘대로 가져가는 것을 허용하는 '비도덕적 사회' 구조 하에서는 자연히 토지 시장에 투기적 가수요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이는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시키며 자연스럽게 경제 전반의 비효율로 연결되게 된다.

또한 토지의 상승가치를 전부 개인이 가져가도록 하는 사회에서는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 제 아무리 노력해도 지주들의 재산 증가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노력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계층화를 사회 성원들이 인지하게 되고, 이런 사회에서는 평등이라는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처럼 비효율과 불평등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되면 그 사회의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 중 하나가 토지 문제의 해결이라고 논할 수 있다. 물론 토지 문제 해결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아니다. 기자도 사회구조가 그다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얽히고설킨 실타래도 시작점은 분명 존재한다. 양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토지 문제 해결이 양극화 해소의 전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기나긴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토지 공개념 개헌은 국민의 대의(大義)

이러한 시점에서 얼마 전 개헌 논의 대상을 묻는 설문에서 국민들이 토지 공개념을 첫 번째로 꼽았던 통계는 눈길을 끈다. 금번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자산 목록 1위가 여전히 부동산이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개헌 통계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혹시 대다수 국민들은 치열한 삶의 체휼(體恤, 자신이 직접 겪었기 때문에 가지는 이해심과 동정심) 속에서 문제 핵심이 무엇인지 이미 깨닫고 있는데, 정작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할 이들은 자신의 이권에 매달려 그 눈을 스스로 감아버린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조영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다음블로그 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기사 초반의 구체적 증감 내역은 2006년 3월 2일자 한겨레 신문의 '고위공직자 25.6% 1억이상 재산 불려'를 참고했음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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