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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을 하고 그것을 즐기는 여성에 대해 남성들의 그 어떠한 반응조차 용납할 수 없다면 이는 '가치관의 독점'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라면 어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겠는가?" (한광원 의원의 칼럼 '봄의 유혹' 중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인천 중구 동구 옹진군·사진)이 '최연희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한 의원은 2일 자신의 홈페이지(www.open-mind.or.kr)와 당 홈페이지 '칼럼박스' 코너에서 '봄의 유혹'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사회에서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직장동료에게 가벼운 농담 한마디를 던지거나, 힘내라며 손을 내밀기도 어려운 이 사회적 분위기는 또 언제부터였을까"고 물음을 던지면서 말을 꺼냈다.

이어 한 의원은 "물론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거나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겨 행동으로 옮겼다면 응당 그 죄과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며칠 전 있었던 한 동료의원의 행동은 분명 적절치 못한 것이었고,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기 힘든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한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의원들의 술자리 추태에 비춰볼 때 어쩌면 이번 일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 볼 수도 있어 의원 개인의 문책이 아닌 한나라당 전체의 뿌리 깊은 반성과 자각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관한 우리의 인식이 그 어떤 명확한 함의를 찾지 못한 채 다소 감정적인 군중심리의 파고를 타고 행위자의 인권과 소명을 무시하며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하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또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사건 당사자에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어 "명백한 '성폭력'의 범주를 제외하고, 사소한 말 한 마디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이 분위기는 어쩌면 인간의 에로스적 사랑의 욕구, 다시 말해서 아름다운 이성을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기본적인 본능 자체를 무력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며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라면 어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광원 의원, 논란 일자 글 교체→삭제
바뀐 글에서는 "본인이야 억울하겠지만"

2일 오후 5시 35분께 한광원 의원의 칼럼 '봄의 유혹'은 한 의원의 홈페이지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칼럼박스' 코너에서 삭제됐다.

한 의원의 글은 '전여옥은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교체됐으며, 새 칼럼마저 오후 6시 35분께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관리자는 "논란이 되는 글이 올라온 것 같다"며 "(한) 의원 이름으로 아이디를 개설해서 글을 올렸는데 (논란이 되자) 의원실 쪽에서 글을 삭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삭제된 글을 관리한 한광원 의원실 측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안 됐다.

한 의원은 교체된 글을 통해 "전대미문의 성풍(性風), 최연희 의원의 마지막 결단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며 "본인 입장에서야 억울한 면이 전혀 없겠냐만 더 이상 버티기에는 그 자신도, 피해자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도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명백히 잘못한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하루빨리 깨끗하게 승복하기를 바란다"며 "그것만이 그동안 법조인,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쌓아온 업적과 명성을 그나마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어진 글에서는 "문제는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가려 또 하나의 중대한 범죄가 묻히려고 하는데 있다"면서 "전여옥 의원은 (치매에 걸린것이 아니라면) 독설은 이제 그만하고 깨끗이 물러나기 바란다"고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음은 한광원 의원이 올린 글 전문.

봄의 유혹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가벼이 떠가고
가뜬한 남풍이 무엇을 찾어내일 듯이
강 너머 푸른 언덕을 더듬어 갑니다.

언뜻언뜻 숲새로 먼 못물이 희고
푸른 빛 연기처럼 떠도는 저 들에서는
종달새가 오늘도
푸른 하늘의 먼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시내물이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아지랑이 영창 건너 먼 산이 고요합니다.

…(중략)…임이여 무척 명랑한 봄날이외다.
이런 날 당신은 따뜻한 햇볕이 되어
저 푸른 하늘에
고요히 잠들어 보고 싶지 않습니까?

- 신석정 '봄의 유혹' 중에서...

푸릇한 싹이 보이지는 않지만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진다면 내가 좀 감성적인 탓일까.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섭고 날카로웠던 겨울이 천천히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간다. 봄비에 얼었던 눈이 녹는다는 우수가 지나고 겨우내 숨죽였던 친구들이 큰 숨을 내쉬는 경칩이 가까워온다.

봄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왠지 모를 설레임으로, 때로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으로, 고독한 남자의 외로움으로, 또 때로는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눈꺼풀의 무게로 말이다.

소복히 쌓이는 봄내음의 그리움속에 앞을 따르지 못한 찬바람이 남아, 떠나가는 겨울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일까? 내가 머무르는 이곳은 아직 차갑고 시끄럽다. 봄바람의 따뜻한 온기를 한가로이 기다릴 여유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 때문이리라.

연이은 성폭행과 성추행. 가족들과 한가로이 앉아 9시 뉴스를 보는 일이, 모닝커피를 마시며 조간신문을 보는 일이, 보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는 계륵처럼 변해간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사회에서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 직장동료에게 가벼운 농담 한 마디를 던지거나, 힘내라며 손을 내밀기도 어려운 이 사회적 분위기는 또 언제부터였을까. 물론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거나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겨 행동으로 옮겼다면 응당 그 죄과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며칠 전 있었던 한 동료의원의 행동은 분명 적절치 못한 것이었고,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기 힘든 행동이다. 국민을 대신하여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그러한 행위를 했다는 점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과거 한나라당 의원들의 술자리 추태에 비추어 볼 때 어쩌면 이번 일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의원 개인의 문책이 아닌 한나라당 전체의 뿌리 깊은 반성과 자각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관한 우리의 인식이 그 어떤 명확한 함의를 찾지 못한 채 다소 감정적인 군중심리의 파고를 타고 행위자의 인권과 소명을 무시하며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사건 또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사건 당사자에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명백한 '성폭력'의 범주를 제외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이 분위기는 어쩌면 인간의 에로스적 사랑의 욕구, 다시 말해서 아름다운 이성을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기본적인 본능 자체를 무력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을 하고 그것을 즐기는 여성에 대해 남성들의 그 어떠한 반응조차 용납할 수 없다면 이는 '가치관의 독점'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라면 어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겠는가.

봄이 다가온다. 새 풀 옷을 입은 봄처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파릇한 새싹들과 형형색색의 꽃잎들을 구경할라치면, 어디에서 그 향기를 맡았는지 나비와 벌들이 날아와 시선을 어지럽히고, 아름다운 봄처녀의 모습에 뭇 남자들의 가슴이 뛰는, 그 느낌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여유로워지는 봄이 온다. 이렇게 우리 모두 좀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봄이 오는 길목에 지나가는 겨울이 아쉬움을 달래듯 따뜻한 눈을 뿌린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봄처녀의 매력에, 그 뿌리칠 수 없는 봄의 유혹에, 머릿속 가득한 번뇌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빠져보고 싶은 날이다.

아직 쌀쌀한 기온이지만 봄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곱게 자란 푸른 잔디를 벗 삼아 파란하늘 가벼이 떠가는 흰 구름을 보며 푸른빛이 연기처럼 떠도는 들판을 한가로이 거니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2006년 3월 2일

- 국회의원 한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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