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문화패' 아이들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아니고, 유명한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닙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친지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씨알문화패의 공연은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느낌과 감동이 있는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에는 대화동 지역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모처럼 짬을 낸 학부모들, 대전지역 공부방 아이들이 대거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공연 내용은 설장구, 경기민요, 사물놀이, 북 합주 등 정겹고 흥겨운 우리 가락으로 짜여졌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삼도설장구판이었습니다.
누군가 장구소리를 빗대어 빗소리와 같다고 했던가요?(북은 구름, 징은 바람, 꽹과리는 천둥소리) 열채(가락채)와 궁채(궁글채)를 쥔 아이들의 손이 여린 곡선을 그리더니 자잘 대는 빗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이윽고 그 소리는 장대비가 되고 폭우가 되기도 하더니 앞뒤 좌우에서 부딪치고 섞이며, 마침내 서로 화답하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열채와 궁채를 휘 젖는 손놀림이 기교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모·부자가정, 조손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들 내면의 아픔과 두려움, 좌절과 분노를 설장구에 실어 희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울컥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관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가끔씩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눈치 짬을 내어 부랴부랴 달려온 학부모들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습니다. 복도를 부리나케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자리에 도사리고 않아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모두에게 속절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어서 사물놀이 판이 벌어졌습니다. 사물놀이 가락이 사뭇 흥겨워지자 관람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얼씨구, 잘한다! 재는 아무개 손자 아녀? 저 애는 아마 누구누구 딸이지!"
사물놀이 가락이 자진모리장단(중모리보다 조금 빠른 장단, 더 빠른 게 휘모리)을 오르내릴 때마다 겨우내 기쁠 일, 크게 웃을 일 없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뼉을 치면서 파안대소했습니다. 아이들도 발장단을 구르며 환호성을 질러댔습니다. 나이 어린 꼬맹이도 덩달아 손짓발짓 사물놀이판을 흉내 내며 연방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고, 엄마는 고갯장단으로 아이를 응원했습니다. 관람석의 왁자지껄 소란스러움이 공연에 감동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듬북 판이 벌어졌습니다.
설장구처럼 누군가 북소리는 구름과 같다고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비 갠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곰실곰실한 북소리가 귀속으로 흘러들더니 어느새 천둥번개를 머금은 먹구름이 되었다가 마침내 맑게 갠 높은 하늘의 파란 구름이 되었습니다.
씨알문화패 아이들이 모듬북 판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란스럽던 관람석이 조용해지고 할머니 할아버지, 학부형들이 얼굴에 감격과 대견스러움, 그리고 희망과 행복의 미소가 피었습니다.
이렇게 '씨알문화패'의 제2회 정기국악공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씨알문화패'의 짧은 공연은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싹 틔우는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