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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꾸며진 대안학교의 입학식장
아름답게 꾸며진 대안학교의 입학식장 ⓒ 정일관
그러나 대안학교의 입학식은 달랐습니다.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가 3월 2일 오후 2시에 가진 입학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닌 깊은 만남으로 이루어냈기 때문입니다. 소중하게 행사장을 꾸며 우선 편안하게 입학식을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입학식을 시작하기 전에 새내기들을 한 명씩 불러 입장을 시키며, 사회자가 그 새내기에 대한 간단한 소개말도 대중들에게 들려주고, 입장한 새내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장미꽃 한 송이에 입학 축하의 글을 매달아 건네주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새내기들은 입학식장에 입장을 하면서 이미 따뜻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새내기들에게 선사할 장미송이들. 선생님들의 마음이 스며서 향기가 날 것 같다.
새내기들에게 선사할 장미송이들. 선생님들의 마음이 스며서 향기가 날 것 같다. ⓒ 정일관
그리고는 새내기 생활 훈련 때 찍은 사진들을 재구성한 화면을 시청하며 꿈틀거렸던 새내기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고, 축하 공연 순서를 두어 선배가 후배에게 플루트를 연주해 주었고, 새내기 중에 오카리나를 잘 하는 아이가 있어 연주도 하게 하였습니다.

한 명씩 입장하는 새내기에게 장미 송이를 주면서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한 명씩 입장하는 새내기에게 장미 송이를 주면서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 정일관
저도 마음을 내어 축시 <보물 같고, 새봄 같고, 아침 햇살 같은>을 힘주어 낭송하면서 입학식장에서 만난 새내기들이 서른다섯 명의 보폭으로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음을 축하하였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협동하면서 살아가자고 아이들에게 요청하였습니다. 그 축시는 곧 저의 마음이었고, 소망이었고, 기도였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입학 축하의 글을 주고 받는 교장 선생님과 새내기 대표
밝은 표정으로 입학 축하의 글을 주고 받는 교장 선생님과 새내기 대표 ⓒ 정일관
원경고등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나와서 새내기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많이 웃겠습니다" "많이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사랑의 퍼포먼스를 하면서 온몸으로 아이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의 새내기 환영 퍼포먼스. "여러분, 사랑합니다."
선생님들의 새내기 환영 퍼포먼스. "여러분, 사랑합니다." ⓒ 정일관
입학식이 끝나고 이어진 것은 새내기 환영회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난 후 강당에 모여, 서로 어색한 선후배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강사의 유능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눈치만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첫 만남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마음이 엿보여 안타까웠습니다.

즐거운 어울림. 사랑의 풍선 던져주기
즐거운 어울림. 사랑의 풍선 던져주기 ⓒ 정일관
그러나 그 다음날로 이어진 새내기 환영회는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져서 오전에는 강당에서 함께 '노래 배우기'를 하며 '동전 옮기기', '빙고 게임', '풍선 터트리기', '범인 찾기' 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특히 발에 매달아놓은 풍선을 발로 터트리는 게임을 하며 아이들은 많이 밝아진 듯 하였습니다.

우리 단단히 얽혀서 한덩어리가 됩시다.
우리 단단히 얽혀서 한덩어리가 됩시다. ⓒ 정일관
그리고 오후에는 운동장에서 '굴렁쇠 릴레이', '단체 줄넘기', '여왕벌 닭싸움', '다수결 OX 퀴즈' 놀이를 하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아이들은 굴렁쇠를 제대로 굴리지 못해 엉거주춤하였지만 좋은 체험이 되었다고 했으며, 단체 줄넘기는 매우 재미있는 경기가 되어 아이들이 숫자를 외치는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터질 듯한 아이들의 웃음.
터질 듯한 아이들의 웃음. ⓒ 정일관
새내기 환영회 마지막 프로그램은 저녁 시간에 갖는 '촛불 의식'입니다. 선배와 후배가 각각 짝을 지어 서로 손을 잡고, 촛불을 들고 들어와 둥글게 앉은 다음 각자의 소망을 생각하는 명상을 하였습니다. 미리 준비한 명상의 말씀이 오직 촛불의 힘으로 밝아진 강당에 울려 퍼져 아이들로 하여금 숙연하게 자신의 내면과 미래와 관계를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명상이 끝난 후, 선배가 후배에게 찹쌀떡을 선물하였고, 늘 아름다운 합창 <사랑으로>를 함께 부르며 새내기 생활 훈련과 입학식, 그리고 새내기 환영회로 이어지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끝났습니다.

굴렁쇠 굴러가듯, 우리의 학창 시절도 잘 굴러 가야 안되겠니?
굴렁쇠 굴러가듯, 우리의 학창 시절도 잘 굴러 가야 안되겠니? ⓒ 정일관
대안학교의 새내기들은 이렇게 환영을 받으며 학교로 들어와서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일주일 간 공동체 생활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정도면 대안학교의 새내기들은 먼 훗날에도 입학식을 기억할 수 있겠지요? 자신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기 위해 애쓴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정성을 느끼며 가슴 따뜻해질 수 있겠지요?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을 안고 타오르는 아름다운 촛불이여!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을 안고 타오르는 아름다운 촛불이여! ⓒ 정일관
저는 운동장에서 벌써 선후배가 어울려서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인권을 생각합니다.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 아이들이 동원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행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교육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간절함과 정성스러움과 훈훈함이 더 소중한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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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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