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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겨울을 동시에 품고 있는 봄동
봄과 겨울을 동시에 품고 있는 봄동 ⓒ 조태용
봄동(冬)이라. 사실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에도 봄동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흔하게 사용하거나 널리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봄동에 대해 알고 있거나 먹어 본 적이 있다. 이른 봄에 하우스도 아닌 노지에서 당당하게 자란 봄동의 맛은 달콤하고 아삭하다. 그냥 먹어도, 쌈으로 먹어도 좋고, 겉절이로 먹어도 좋다.

봄동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그냥 먹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봄동의 푸른 잎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와 달콤함이란. 봄의 신선함과 지난 겨울 눈과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낸 강인함이 바로 이 맛일까.

봄동 배추는 속이 꽉 찬 김장배추처럼 생기지 않고 잎을 모두 벌린 상태에서 겨울을 보낸다.
봄동 배추는 속이 꽉 찬 김장배추처럼 생기지 않고 잎을 모두 벌린 상태에서 겨울을 보낸다. ⓒ 조태용
봄동은 우리가 통상 김장할 때 사용하는 배추를 조금 늦은 시기에 파종하여 속이 차지 않은 상태에서 겨울을 보낸 것을 말한다. 그래서 봄동 배추는 속이 꽉 찬 김장배추처럼 생기지 않고 잎을 모두 벌린 상태에서 겨울을 보낸다. 특이한 것은 그렇게 입을 쫙 벌리고 겨울을 보내면서도 결코 얼어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이 꽉 찬 배추가 겨울에 얼어서 먹지 못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즉 우리의 통상적인 생각 '겹겹이 쌓아놓으면 더 따뜻할 것이다'라는 생각과 달리 잎 하나하나가 그대로 추위에 노출되어 있는 봄동이 오히려 속이 꽉 찬 배추보다 겨울을 잘 이겨내는 것이다. 이것은 내성적인 사람보다 외향적인 사람이 시련을 잘 견디는 것과도 흡사하며, 닫힌 사회보다는 열린 사회가 건강한 것과도 같다.

봄과 겨울 두 가지를 품고 있는 봄동은 지금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늘은 봄동과 함께 겨울을 이겨낸 푸르름으로 삶의 활력을 찾아보기 바란다.

노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봄동
노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봄동 ⓒ 조태용

덧붙이는 글 | 4월부터 시중에 수입 쌀이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벌써부터 농촌에서는 농사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은 우리가 단지 수입 농산물을 먹지 않는 것 만으로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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