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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가 되면 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싶나 보다. 열린우리당 당권파가 입만 열면 자랑으로 내세웠던 경선원칙을, 실은 거추장스러운 게임으로 인식한 건 아닌지 의심케 하는 소식을 들었다.

정동영 의장에 의해 발탁된 우상호 대변인은 3월 6일 6차 최고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지지율과 전략공천을 연동하겠다는 뜻을 언급했다. 우 대변인은 "우리가 영입한 후보라고 할지라도 당내 출마 정치인과 크게 지지율 차이가 있지 않은 경우는 경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당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으로 출마하시려는 경우더라도 (영입후보와) 현저한 지지율 차이가 있는 지역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느 지역을 경선하겠다는 결정이나 검토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선'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일부 지역에 대해 '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원칙보다는 '당선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런 당 운영모습을 보면서 2002년에 인기를 쫓다 몰락한 후보단일화협의회가 연상된다.

당내 경선은 정당 민주주의의 뼈대다. 2002년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때 당내 경선을 국민 경선으로 확대하여 권력재창출에 성공했다. 그 원칙을 허물어뜨리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의미가 없다.

당내 경선을 무력화하려는 흐름은 분명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한 회의감만 짙게 만들 따름이다. 당내 인사들의 지지율이 낮을 때 언제든 당 밖에서 영입해오면 된다는 발상은 후보단일화협의회를 닮은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인 '노무현 정신'과 다르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다음 말을 새겨듣기 바란다.

"당내 경선은 모든 공직선거의 기본입니다. 정당도 성역일 수는 없습니다. 특권을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청와대 블로그 '대통령의 요즘생각'(2006.2.18)

대통령을 꿈꾸는 정동영 당의장에게 묻는다. 유력주자로 손꼽히는 정동영 당의장, 김근태 최고위원의 현재 지지율은 한 자리수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내년 대선 때도 대통령 후보로 가장 인기 좋은 후보를 영입해 당내 경선 없이 전략공천으로 결정할 것인가? 강금실이 아니라 고건을 영입해도 당내경선은 민주정치의 기본 절차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와 대자보 글방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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