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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소비와 수출, 그리고 생산 모두 양호한 가운데 물가도 안정돼 있고…."

그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박승(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마지막 통화정책 설명 기자간담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박 총재는 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을 찾았다. 이미 3월 콜금리가 동결됐다는 뉴스가 전해진 다음이었다.

콜 금리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등 기관과 돈을 주고 받을때 사용되는 금리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은이 콜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게 되면 시중은행은 예금과 대출에 금리를 반영하게 된다. 물론 약간의 시간적 차이는 있다.

박 총재는 현 경기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소비와 수출, 생산 등이 모두 양호하고 물가와 외환,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작년 말 한은이 예상한 5% 성장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기의 긍정적인 신호가 콜금리를 동결한 배경이다.

"경상수지가 예상보다 크게 못미치겠지만..."

물론 불안한 점도 있다. 올 초부터 널뛰기를 보여온 환율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의 구조상 환율하락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을 나타내는 경상수지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박 총재도 환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선 "1월과 2월 경상수지가 예상과 달리 균형수준"이라며 "3, 4월에도 별로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한은은 작년에 올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6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또 "당초 예상대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60억달러가 안 되고, 최악의 경우 100억 달러 내외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이 같은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게 될 경우 외환을 축적해서, 국가신용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내수와 수출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커지고, 환율이 떨어지고,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부담을 준다는 것.

박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 감소가) 실(失)보다 득(得)이 될 수도 있다"면서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줄어들고, 환율이 안정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지역 아파트 값, 연말 가야 정책의 실효가 나타날 것"

최근 다시 들썩이는 강남 아파트 값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세 차례에 걸쳐 한은이 콜금리를 올렸지만, 부동산값 안정에는 별 효과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후였다.

그는 우선 "지난달까지 세 번에 걸쳐서 (콜)금리를 올렸는데, 별효과가 없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금리인상 효과는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의 시차를 가지고 나타난다. 참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총재는 이어 "대신 지금 두가지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면서 "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개선되고 있고, 가계부채인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 대출이 금리인상에 따라 크게 줄어, 부동산값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강남 아파트값이 아직 충분히 안정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 대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때문에 좀더 두고 봐야 하며, 연말정도 가면 실효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박승 총재는 지난 2002년 4월 작고한 전철환 전임 총재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번 달로 4년 임기를 채우고 한은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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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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