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문제의 부지는 굿모닝시티의 최종 부도로 지난 2004년 6월 있었던 법원경매에서 서울 강남의 광고업체인 A사가 47억5천만 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A사는 그간 2년 가까이 건축공사 등 활용방법을 모색하지 않은 채 문제의 땅을 현재까지 방치한 상태.
그런데 목포시는 지역경제활성화 명분을 내세워 시의회 등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이 부지를 다시 매입해서 400억 원짜리 복합상가를 짓기로 결정하고 낙찰업체인 A사와 지난 2월 14일 환매의향서를 받은 뒤 환매예약을 체결했다.
매입금액은 64억 원 내외로 하고 두 달 뒤인 4월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 애초 명시된 환매대금 66억2천만 원보다 적은 64억 원 내외로 한 것은 환매특약에 명시된 2007년 10월 4일보다 1년 이상 앞당겨 매입하기 때문에 그 기간 이자를 뺀 것이라고 목포시는 밝혔다.
이어 목포시는 최근 열린 목포시의회에 문제의 땅 매입예산으로 70억 원을 상정해 승인을 요구했고, 21일 오전 열린 목포시의회 예결위에서 5억 원을 삭감한 채 통과했다.
작년 시장 보선 당시 공약, 무리한 추진이 발단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법원경매로 47억5천만 원에 낙찰받은 A사는 이 부지를 목포시에 매각하게 되면 낙찰받은 지 1년 9개월 만에 앉아서 18억여 원을 챙기게 된 셈이다. 애초 명시된 환매계약일을 1년 6개월이나 앞당겨 서둘러 하게 된 이유는 A업체나 목포시 간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업체는 지난 2004년 6월 낙찰받을 당시 경매대금을 충당하기 위해 (주)생보부동산신탁으로부터 30억 원을 차입해, 결과적으로 자기자금은 17억5천만 원만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사는 등기부에 명시된 환매대금 66억 원을 목포시에서 받게 되면 차입금을 갚고 남은 돈을 챙길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목포시의 경우 지난해 4월 시장보궐선거 당시 현 정종득 시장은 "공설시장 재건축을 3개월 안에 재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정 시장의 이 같은 공약에도 부지가 목포시 소유가 아닐 뿐 아니라 환매를 2년 이상 남겨 놓고 있는 시점이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따라서 목포시가 서둘러 다시 매입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선거 공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당국, 지방재정법 위반 시인
뿐만 아니라 목포시가 문제의 시장부지를 앞당겨 매입해 400억 원을 들여 주상복합상가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은 관련법규인 지방재정법에 정한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치단체의 건전하고 투명한 재정운용을 위해 제정된 지방재정법 제30조, 시행령 제30조, 지방재정투융자사업심사규칙(행정자치부령 제130호)에 따르면 총사업비 200억 원 이상인 신규투ㆍ융자사업은 중앙정부의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자치단체의 이같은 사업에 대해 사업타당성과 재원조달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 또는 조건부 추진, 재검토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더욱이 목포시는 부지를 매입해 주상복합상가 건립비로 4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사전에 해야 하는 목포시 중기지방재정계획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목포시는 환매 후 복합상가를 짓기 위해서는 사전에 사업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실시한 뒤 사업계획서 작성 등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이를 아예 생략한 것.
예산승인 위해 일부 시의원 상대 로비 의혹
지난 20일 열린 목포시의회 예산결산위원위원회에서 허정민 의원이 중앙정부에 투융자 심사 신청 여부와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 여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제시를 시당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목포시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투융자심사를 거치지 않은 등 법적인 절차를 하지 않은 사실을 시인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의회에서 환매대금 관련예산 70억 원이 통과되면 이달 말에 투융자심사를 정부에 신청하겠다"고 답변하고 타당성 조사는 차후에 하겠다고 밝혀, 목포시가 시장부지를 매입하는 일부터 법에 정한 절차를 어긴 점을 인정했다.
특히 목포시가 땅 소유자인 A사와 환매를 추진하던 지난해부터 시 고위간부와 이 회사 K사장과 수차례에 걸쳐 만났다고 목포시 관계자가 밝혀 환매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목포시는 이번에 시의회에 땅 매입예산 70억 원을 상정해 놓고 시의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원안대로 가결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의회 한 의원은 목포시 담당부서 관계자가 며칠 전 직접 찾아와 원안대로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전화로 이번에 시장부지 환매는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며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열린 목포시의회 예결위에서는 허정민, 박창수 의원만 반대의견을 제시한 채 시가 요구한 70억원 중 5억원만 삭감해 의결했다.
목포경실련, 감사원에 감사청구 방침
이에 대해 익명의 한 의원은 "이미 민간에 매각해 사업성이 없어 포기하고 6년 동안 방치된 시장부지를 다시 매입해 400억 원으로 복합상가를 건립한다는 계획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시 당국이 낙찰차액을 20억 원 가까이 챙길 수 있는 64억 원을 주기로 하고 지난 2월 A사와 매입 예약을 한 것 자체가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목포시가 법 절차를 무시한 것뿐만 아니라 사업성도 검토하지 않고 수백억 원을 투입해 복합상가를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당국의 수사와는 별도로 감사원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목포시는 중앙시장 부지 환매시기를 앞당긴 것에 대해 21일 "구도심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복합상가 건립을 위해 민간에 매각했지만 8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어 지난해 낙찰업체인 A사 관계자와 만나 시급히 재건축공사를 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뒤 A사는 국내 중견건설업체 12곳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노력을 했지만 이들 건설업체가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무산돼 지난해 12월 초 목포시에 환매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시는 또 "A사는 경매 당시 30억 원을 차입해 이자부담과 세금납부 그리고 등기이전비용 등을 합치면 62억 원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결코 이익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환매대금을 64억 원으로 한 것은 목포시 입장에서 최대한 삭감했다"며 특혜의혹을 일축했다.
광동상가 건물 매입도 논란
더욱 우려되는 것은 4년 전 문제의 부지 터파기 공사를 하다 중단했던 건설업체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42억 원의 유치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놓고 있다. 앞으로 목포시가 매입하게 되면 이와 관련한 소송 당사자가 돼 재판결과에 따라 유치금액까지 부담해야 할 판이다.
목포시는 문제의 시장부지와는 별도로 개인소유였다가 건축공사 도중에 부도로 중단돼 부동산신탁업체로 경매된 목포시 광동 3가 땅 769평과 건물을 14억 원에 매입하기로 해 시의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이 건물은 정종득 시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었던 벽산건설이 시공업체로 참여한 것 때문에 지난해 4월 시장보궐선거 당시 상대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었다.
목포시는 이번 시의회에 이 일대 건어물상인과 영세유통업체를 위한 공동 물류센터를 짓는다며 매입예산 14억 원 승인을 요구했다. 지난 14일 있었던 시의회 예결위 심사에서 허정민 의원은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절차 등 사업타당성 검토도 거치지 않았고 지방재정법에 명시된 10억 원 이상 사업에 대한 투융자심사도 무시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목포시 담당공무원은 "시기를 놓치면 매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 추진했다"며 "차후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도 시의회 예결특위는 21일 광동상가 건물과 토지 매입예산 10억 원도 가결했다.
한편 광주지검은 목포시가 문제의 공설시장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법 위반 등 특혜 의혹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지검은 조만간 관련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어서 선거를 앞둔 지역정가에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