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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교 건물 1층에 보관된 NEIS 서버들.
ⓒ 윤근혁
서울 신설동 골목을 돌고 돌아 일제식 학교 모양의 건물 1층에 들어서니 갑자기 "윙~"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09-5번지 숭인여중 폐교 건물. 이곳이 바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서버를 보관하는 곳이다. 서울지역 NEIS 지원센터 관계자는 "이 건물은 아마도 62년에 준공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내구연한에 가까운 4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인 셈이다.

열린 문 들어서도 막는 이 하나 없어

지난 14일 오후 4시10분경 윙하는 소리에 이끌려 1층 왼편 방에 들어섰다. 감독하는 사람도 없었고, 문까지 열려 있었기 때문에 발을 들여 놓는 데는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교실 두 개 크기의 직사각형 방에는 사람 키보다 약간 큰 철망 캐비닛 모양의 상자들이 서 있다. 붉은 실타래처럼 엮인 전깃줄로 연결된 저장 장치를 담은 캐비닛 표면엔 '고등학교/특수학교용 DB서버'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이 바로 2003년 학생정보 유출 문제로 논란을 낳았던 NEIS 서버였다. 이 서버에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 144만3347명의 학생생활기록부 정보와 보건 정보가 들어 있다.

▲ NEIS 서버 보관소 안에서 통제구역 출입자 카드도 볼 수 있었다. 사설 업체 직원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 윤근혁
비슷한 시각 이 건물 4층 강당에서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15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NEIS 개통식이 열린 것이다.

김 부총리는 "나이스 시스템은 타 정부업무와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이라면서 "말레이시아, 일본, 우즈베키스탄이 우리의 NEIS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해외진출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 직후 2층 CCTV 화면이 설치된 통합관제상황실과 1층 서버보관소를 살펴보는 동안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개통 버튼을 다시 누르는 등 3번에 걸쳐 하지 않아도 될 포즈와 발언을 연출했다. 하지만 'NEIS 서버가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느냐'는 물음을 관계자에게 던지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정보통신 전문교사들은 이 서울교육청 NEIS 서버 보관소야말로 '3방 무대책'인 엉터리 장소라고 걱정했다. 서버 보관소가 기본으로 갖춰야 할 방화, 방진, 방음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거나 허술하다는 얘기다. 이 '3방 무대책'에 덧붙여 이날은 개통식 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방범 또한 무척 허술했다.

강성욱 전교조 전 정보미디어실장은 "사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내화벽돌로 건물을 짓고 내진설계를 한 뒤 금고 안과 같은 캐비닛에 서버를 놓아두고 있다"면서 "교육기관이 학생 정보를 담은 서버를 일반학교 과학실에서 과학도구 보관하듯 막 놔두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 부총리, '3방 무대책' 물어보지도 않다니

▲ 1층에 NEIS 서버 보관소를 둔 건물의 바깥 모습. 일반 학교 과학실의 모습과 비슷하다.
ⓒ 윤근혁
가뜩이나 옆 건물에 서울시교육청 교수-학습지원센터도 입주해 있어 어수선한 이 건물의 문제는 폐교한 낡은 시설물에만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버보관소가 있는 이 건물 1층엔 용역안내실, 휴게실, 보일러실도 함께 있었다. 통합관제상황실이 있는 2층엔 체력단련실과 서고까지 있었다. 서버보관소 근처에 유동인구를 자꾸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교육부도 16일 "건물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 중견 관리는 "폐교 건물 1층이어서 도난사고와 보안성에 대한 우려가 생겨 서울시교육청에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면서도 "지금은 건물 리모델링을 끝내고 2층 상황실에서 비디오로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만큼 운영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안에 옆 건물을 부수고 서버를 보관할 새 건물을 짓기로 했다"면서 2년 내에 지금의 임시적인 서버보관소는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 437호에 실은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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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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