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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우스님의 다반사> 책표지
<혜우스님의 다반사> 책표지 ⓒ 초롱
<혜우스님의 다반사>(부제 '오롯한 차 만들기, 차 쉽게 마시기')는 이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햇차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 20여년 간 오로지 토굴에서 '차 안거'를 해 온 저자(순천 혜우 전통덖음차 제다교육원 원장)가 한국 최초로 제다법과 차 생활의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차 수도'를 혼신의 대중언어로 풀어놓았다.

이 책을 내게 된 동기는 요즘 우리 전통차와 차문화의 참모습 찾기보다는 형식과 허례허식, 차 호사에 치우쳐 차에 관한 인식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화두를 던지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차 문화 왜곡의 주범인 '전통 제다법'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히 지적하고 그 해결을 명쾌히 제시하고 있다. 즉 한국 전통차가 가마솥 덖음차인 이유, '전통 덖음차 제다법'으로 잘못 알려진 '구증구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롯한 차 덖기, 좋은 차와 그른 차 구별 및 그른 차를 좋은 차로 치유해 바꾸기 등 일찍이 다른 제다인들의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한국 차의 치부에 대해 가르침을 내놓고 있다.

즉 차의 출발은 차 만들기(제다)인 바, 그동안 국내에서는 차가 인기상품으로 뜨면서 차 상업주의 팽창 속에 차의 가격 수준에 걸맞은 차의 질에 대한 고민과 토론은 기피돼 왔다. 일부 고가의 차를 내는 제다인들은 자신의 제다법이 마치 전가의 보도인 양 공개를 마다하고 자신의 차가 천하의 명차인 양 배타적인 행태를 보여오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들어 한국 전통차가 정체성의 방황 속에서 인기가 시들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차사대주의'가 겹쳐 허례허식의 일본식 다도가 횡행하고, 값싸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이차 등 중국 차가 밀려 들어와 한국 전통차와 차문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 전통차 제다 및 차 생활에 관한 유일한 고전은 조선 후기 초의선사의 <다신전>과 <동다송>이 있다. 그러나 문화와 차 환경이 바뀐 현대에 이르러 이 두 저술은 한국 전통차의 고전은 되고 있으나 시대에 걸맞은 정밀한 제다나 상세한 차 생활에 대한 지침이 더 요구돼 왔다.

특히 중국에 차 학과가 무수히 많고 일본이 10여 곳의 차시험장을 운영하면서 제다법 및 차 품질관리, 특히 비료와 농약을 사용을 줄이는 품종개발 등에 국가적인 힘을 쏟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민간 차원의 차 상업주의만 극성을 부릴 뿐 옳은 제다법 기준 마련이나 차의 품질 제고에 관한 공적인 관심이 전무한 상태이다.

이런 차에 <혜우스님의 다반사>는 '오롯한 제다법'을 비롯한 제다와 차 생활 전반에 관해 저자가 '토굴 차 생활 수도' 현장에서 오랜 기간 몸소 겪은 고민과 해법을 쉬운 말로 풀어놓은 것이기에 한국 전통차와 차 생활의 이해에 대중을 전례없이 쉽게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이 책에 대해 한국 전통차의 본가인 해남 대흥사 주지 몽산스님은 "초의스님이 <다신전>을 쓰실 적 품었을 법한 고민과 같은 맥락을 갖고 있는 다서로서, 이 책이 초의스님 이후 한국 차문화를 재정립하는 작은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일독을 권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차는 종교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는 차에 대한 신비주의와 허영과 우상을 단박에 허물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 한마디로 그동안 차에 주눅 들어 감히 범접하기를 주저했던 사람들이 허물없이 차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차에 대한 허례허식과 중구난방식 주장으로 오히려 차로부터 멀어지게 된 대중들로 하여금 다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차 곁으로 다가오게 할 것이다. 특히 차계에서는 <혜우스님의 다반사>가 차를 생업으로 하는 차 농가들에게 쉽고 제대로 된 제다법을 가르쳐줌으로써 제다의 교과서로 쓰일 것이며, 차 생활의 허영과 위선을 벗겨줌으로써 일반인들의 차 생활을 한결 가볍게 인도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자 혜우스님은 섬진강변 순천시 황전면 비촌리 비룡초교 폐교자리에 '혜우 전통차 제다교육원'을 열고 차농가들에게 무료 제다교육을 베풀고 있다. 이는 자신의 검증 안 된 제다법을 보물단지처럼 껴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표가 될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혜우 전통 덖음차 제다 교육원'(전화 011-9308-7979)은 해마다 제다시기의 절정기인 5월 중순 이후 차 농가와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전통 덖음차 제다 교육을 실시한다.

혜우스님의 다반사

혜우 지음, 초롱(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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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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