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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한 당시 한 젊은이에게 사인을 해 주는 로버트 김씨.
지난해 방한 당시 한 젊은이에게 사인을 해 주는 로버트 김씨. ⓒ 김범태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에 제공한 혐의로 수감됐다 10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어 지난해 고국을 찾았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씨가 "고부가가치를 가진 상품은 개발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만들면서 IT강국이라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의 IT산업을 꼬집었다.

로버트 김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robertkim.or.kr)인 '로버트 김의 편지(letter from Robert Kim)'에 올린 글을 통해 "제품 안에서 뇌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막대한 로열티를 내고 쓰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실정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진짜 IT강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김씨는 '한국이 IT강국이라는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물론 우리나라가 전자두뇌 로열티를 내면서도 그것을 잘 이용해 인기 좋은 전자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으니 IT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겠으나, 진정한 IT강국으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초과학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들었다"고 우려하며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IT강국의 명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그것은 자만이 아닐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와 관련 "물건만 만들어내는 나라는 결코 IT강국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필요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는 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런 현실은 우리 젊은이들이 골치 아픈 소프트웨어 개발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세상을 쉽게 살아가려고 하지 말고, 우수한 두뇌를 이용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랍게 하는 진짜 IT강국을 건설해 달라"고 조국의 청년들에게 부탁했다.

로버트 김씨가 한국의 IT산업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도 "한국은 컴퓨터로 좋은 정보를 교류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 진정한 IT강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따끔하게 충고한 바 있다.

그는 당시 500여 명의 이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국에 대한 봉사'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한국은 컴퓨터로 게임과 노름만 하는 것 같다"며 "컴퓨터로 좋은 정보를 많이 이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IT강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로버트 김씨는 1996년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FBI에 체포되어 수감되기 전까지 미 우주항공국(NASA)과 미 해군정보국(ONI)에서 컴퓨터 분석전문가로 근무한 바 있어 한국의 IT산업발전에 특별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

로버트 김씨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한 차례씩 그간 자신을 성원해 준 고국의 국민들에게 가슴에 담아온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놓으며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그와 서신을 주고받기 원하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에 접속,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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