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과 남산 실내 테니스장 모임에 자리를 함께 했던 서울 테니스협회 최아무개(46) 회장이 서울시 발주 공사를 맡고 있는 건설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이 "테니스 모임은 순수한 것으로 로비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힌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테니스협회 최 회장은 터널공사를 주로 하는 D사의 실질적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테니스협회 선병석 전 회장이 이명원 서울시체육회 부회장과 갈등을 일으키자 지난해 3월부터 후임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지인의 소개로 테니스협회 회장을 맡게 됐고, 침체된 테니스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03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이명박 시장의 남산 테니스장 사용 일정 가운데, 2003월 4월부터 2005년 1월까지는 서울시 테니스협회 선 전 회장이 관리했으며, 2005년 2월부터 12월까지의 일정은 서울시체육회 이 부회장이 맡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 회장의 사업체인 D사는 2005년 시공능력 평가액이 362억6300원이며, 보링 그라우팅(터널공사에 이용되는 기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건설업체다.
D사 홈페이지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발주하는 서울 지하철 901, 903, 906, 914 공사 등 현재 진행 중인 9호선 1단계(김포공항∼노량진∼강남대로 구간 총 25.5㎞)지하철 공사 구간에서 하도급을 맡고 있다. 확인되는 공사 금액만 40억 원에 이른다.
9호선 1단계는 2008년 말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9호선 2단계 공사도 발주가 예정돼 있다.
9호선 지하철 공사의 발주처가 서울시 산하 지하철 건설본부임을 감안할 때 건설업자인 최 회장이 이명박 시장과 접촉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남산실내체육관을 위탁 운영했던 한국체육진흥회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5년 2월부터 12월까지 이 시장이 참석하는 남산 테니스 모임에 나가면서 요금 중 일부인 600만원을 냈다. 남산 테니스 모임에 함께 참석했던 선수출신 S씨는 "최 회장도 (이 모임에) 함께 참석을 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서울시 테니스협회 최 회장의 회사로 알려진 D사는 "최 씨는 최근 퇴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테니스협회는 "최 씨가 D사 회장이 맞다"고 밝혔으며, 건설업계 관계자도 "실질적 주인이 퇴사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이 이사로 돼 있는 건설교통 관련 시민단체도 그가 D사 소속임을 확인해 주었다. 최 회장은 D사 최대주주 가운데 하나다.
최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시장과 만난 적도 없다"면서 "2005년 7월 퇴사한 이후 회사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D사는 로비 같은 거 모르는 회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