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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 30일 '막방'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에 힘입어 시즌 2까지 제작될 예정. 원작만화인 <궁>을 연재하고 있는 박소희 작가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궁>의 '진짜' 주인공인 박소희 작가를 지난 16일 메신저로 만났다.

-어떻게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마사코 황태자비와 일본 황태자의 결혼 소식을 듣고 '아, 옆 나라 일본엔 황실이 일반 시민의 삶 속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츰 입헌군주제에 관심을 두게 됐죠.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왕릉공원으로 '농땡이'를 치러 갔던 것이었죠. 혼자 돌아다니던 중 예쁜 궁궐 건물들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고 '사람이 살고 있는 경복궁'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날 밤, 바로 주인공 이름이 '채경'으로 정해졌죠. 사실 <궁>은 고등학교 때부터 그린 만화죠. 그땐 중전이나 상궁들이 모조리 반 친구들이 모델이 됐어요. 홍상궁, 신상궁 등….

-친구들과 함께 의상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했나요?
"네. 그 당시 그리던 궁에도 퓨전 한복이 나왔으니까요."

-의상과 배경 등이 특히 만화 원작에서 돋보였지요. 그리고 소품도. 혹시 본인이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그려본 것 아닙니까? 대리만족 같은….
"물론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연재만화다 보니 2주에 한 번씩 마감하게 되고, 그때보다 세세한 것에는 신경을 못 쓰게 되더라고요. 특히 한복들은…."

- 왕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도움이 된 자료는.
"사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상상을 현실로 혹은 만화로 재구성하는 게 많이 힘들어요.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오히려 알고 있는 지식이 방해가 되고…. 그런데 고등학교 때 <궁>이란 만화를 시작할 땐 상상력을 동원한다란 개념조차 없었어요. 그냥 그렸어요. 그래서인지 제 만화를 보시는 여러분이 상상력이 좋다고 그러시면 민망해요. 사실 전 상상력이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의 만화를 그리는 게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드라마는 드라마답게, 만화는 만화답게

-그러면 드라마 <궁> 얘기를 해볼까요? 배우들이 원작을 잘 구현한 것 같으세요? 그리고 드라마 <궁>을 보고 어떤 점이 만화와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그 중 만화에서 특성을 더 잘 살린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요.
"전 꼭 뭘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조금씩 달라진 인물이 좋아요. 드라마에서 잘 살린 부분은 역시 배경과 미술이죠. 만화에선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볼 때마다 기뻐요."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 성격이 만화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지만 조금 다르게 묘사되고 있는 것도 같다. 특히 만화에서는 매우 코믹하게 그려지는 한상궁과 공내시 그리고 대비마마의 모습이 드라마에서는 조금 점잖게 설정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매체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공내시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궁>이라는 드라마에 과연 '만화속 공내시'가 설쳐대면 어울렸을까 싶기도 하고요. 대비마마도 만화보다 점잖으시지만 얼마나 귀여워요."

사극, 그 중에서도 일제시대 그리고파

-사실 순정만화에서 시대극이 많지는 않은데 요즘 드라마에서 사극이 강세죠. 그런 점에서 드라마 <궁>의 독특한 설정에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혹시 현대판이 아닌 시대극을 해보실 생각은 없나요?
"전 시대극이 좋아요. 중세물 혹은 18세기 궁정물, 조선시대, 일제시대 등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그러면 그 중에서도 진짜로 그려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식민지시대 이야기를 다루어보고 싶어요. 제 공모전 당선작도 '영혼결혼식'이라고 식민지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고요. 언제나 암울하게만 다루어진 그 시대를 좀 다른 눈으로 보고 싶어요."

-발상의 전환이네요. 어쩌면 이것이 만화의 힘일 수도 있어요.
"네. 어차피 그 시대도 하나의 삶의 현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작금의 만화계의 현실을 보자면 과연 그런 만화를 실어줄 매체가 있을지…."

-사실 우리나라에도 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만약 만화처럼 실제로 왕실이 성립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전 사실 <궁>이란 만화가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늘 겁났어요. 뭐 '왕정 복고론자' 운운하면서 그렇게 해석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왕실이 쭉 이어져 오지 않은 이상 지금에 와서 왕정복고는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왕실이 우리 근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 아직 현존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나 편 가르기는 많이 없어지지 않았을까 아니 생겨나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아쉬운 점이죠. 존경받는 왕실이 구심점 역할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네. '상징적인 존경'이 아쉽죠. 그런데 만화에서 인물 설정할 때 주변 인물들을 참조로 하시는지요. 혹시 대표적으로 주변 인물을 참조한 등장인물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요?
"사실 어떤 만화를 그릴 때 어떤 인물을 온전히 표현하기보단 여러 사람을 섞어 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사람 저 사람의 재미있는 점을 조합한달까. 특히 공내시는 평소 제가 흠모하던 '쿠루쿠루의 북북춤 노인'에 주변 분들의 성격을 섞은 것이죠."

"요즘, 잘 키운 딸 시집보내는 기분 느껴요"
-자신의 만화가 확장되는 것을 보면서 작가로서 기분은 어땠나요?
"네. 우선 뭐 키워놓은 딸 시집보내는 느낌이랄까….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걱정도 되고요. 특히 드라마나 애니메이션과 같이 <궁>이라는 만화의 틀을 벗어나게 되면 그 다르다는 점이 재밌으면서도 뭔가 본성을 잃어버리는 듯한 심정이 들어서요."

-자신의 만화에서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상품이나 영역이 있는지요?
"음…동화같은 것? 혹은 오페라나 뮤지컬…그리고 애니메이션도요. 제 만화가 또 다른 곳으로 시집가서 완전히 변신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만화로 다시 돌아가 꼭 작업을 해보고 싶은 장르나 소재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전 네 컷 만화나 노인만화를 해보고 싶어요. 할머니가 많이 아프실 때 곁을 지켰던 경험을 살려 노인분들의 심리나 가족 간의 갈등과 이해를 그려보고 싶어요. 공모전 준비를 할머니 옆에서 했더랬죠. 할머니는 당선을 못 보고 돌아가셨는데 그게 참 안타까워요."

-드라마 시청률이 30%가 넘고 종영되면서 시즌 2가 만들어진다죠. 사실 원작자로서는 끝나지 않은 연재인데 드라마 종영에 시즌까지 더해져 많은 부담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부담이야 크죠."

-인터넷에 보니 신군 누나가 왕에 오르고 신군과 채경 그리고 율도 자유를 얻는 결론일 거라는데요.
"그런데 시즌2(사실상 속편)이 확실하게 정해진 바는 없어서요. 엔딩은 달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 부분은 제작사 쪽에도 말씀드렸어요. 결말이 같다면 누가 만화를 볼까요? 드라마가 만화의 스포일러가 될 텐데요."

"좌충우돌, 박미녀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어떻게 마무리될 것 같으세요?
"채경이랑 공내시를 커플로 만드는 엔딩, 율이 엄마와 중전의 비밀 사랑?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답니다."

-대단한 반전이 되겠군요. 이래서 작가가 부러워요. 그 상상력도.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박미녀님의 계획을 들어볼까요?
"앞으로 <궁> 남은 스토리 잘 짜서 잘 끝내는 거고요. 연재 끝나면 여행을 좀 다녀올 거예요. 그리고 좀 쉬다가 다시 연재를 할 듯한데 뭘 할지는 아직 미정이에요. 잡아놓은 소재는 많은데 정리된 건 없어서요. 쉬다 보면 정리가 되겠죠? 후후. 이런 고민도 즐겁죠. 편하게 하고 싶은 만화하며 사는 게 만화가들한테는 최고이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NEWS '윤주씨, 안녕하세요'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주씨, 안녕하세요'는 문화콘텐츠산업계 주요 인사들을 YZOO 크리에이티브 대표인 윤주 씨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CTNEWS의 고정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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