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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뮤지컬의 붐을 이끈 <오페라의 유령>. 2001년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2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대형 뮤지컬의 붐을 이끈 <오페라의 유령>. 2001년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2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 www.musicalphantom.co.kr
뮤지컬도 블록버스터화...50억원 이상 투자한 작품 수두룩

그러나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천정부지로 치솟는 티켓 가격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절실하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대부분 10만원을 훌쩍 넘어섰고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 VIP석이 25만원, R석 20만원까지 올랐다. 입장권이 20만 원대까지 가는 경우 입장권이 2인 기준 10만원만 넘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엄두도 못낼 가격이다.

공연업계는 대중을 위한 공연물의 티켓 가격이 비싼 것은 공연기획사의 수익구조 때문이 아니라 항공료 등 다양한 부대비용 때문이라며 한다. 정부에서 공연 전반에 대해 종합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어야 티켓 값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도한 유치 경쟁이 입장가격을 높이고 관객에게 그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오래 되었다. 과도한 공연 유치 경쟁은 해외 뮤지컬의 로열티를 한껏 올려놓았다. 올해 초연되는 <미스 사이공>의 경우 원 제작사인 카메론 매킨토시에 돌아가는 로열티가 25%(매출액 기준)이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21%에 이른다. 보통 인기있는 신작 뮤지컬이 18% 내외, 오래된 작품이 10∼15%인 것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아 왔다.

공연 관계자들은 유명 흥행 뮤지컬의 경우, 국내 기획사들끼리 수입 경쟁을 벌이다 제작비의 10~15% 수준인 로열티를 30%까지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다보니 외국 제작사와의 개런티 협상 단계부터 거품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연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기획사의 과당경쟁으로 로열티 비용 증가

한편으로는 비싼 티켓값을 내리는데 장기 전용 공연장이 대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뮤지컬은 그 특성상 제작비가 적잖게 들어가는데 출연료 이외에 무대 설치와 도구, 의상 등에도 적지 않은 돈이 요구된다. 그래서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용할 수 있는 티켓 가격이 형성되려면 장기공연이 필수다. 그렇게 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뮤지컬의 공연이 짧으면 짧을수록 입장료가 높아진다. 위험 부담율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은 대체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도 장기공연에 돌입한다. 일본 극단 `시키`도 1983년부터 15년간 <캣츠>를 3800회 이상 공연했다. “한국에서 8개월 공연은 브로드웨이에서 10년 공연과 버금간다”는 말처럼 장기공연 시스템은 척박하다.

대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는데 장기 공연의 걸림돌은 극장 대관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작사가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2년 또는 3년이 걸린다. 현재 대부분의 극장은 대관 신청을 1년 전에 받고 심지어는 작품의 대관 결정을 수개월 전에 통보하는데 2~3주 안에 대관을 결정하니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획 제작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영국 런던 내셔널 시어터의 경우 수년간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뮤지컬을 적극 유치해 중장기 공연을 필수로 한다. 한국의 국공립 극장도 이 같은 접근에 따른 대관 정책으로 부족한 상업예술 공연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뮤지컬 전용극장의 부재는 장기공연을 가로막는 주범과 다름없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 장면. 수입 대형 뮤지컬의 경우 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 장면. 수입 대형 뮤지컬의 경우 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 ndpk.co.kr
전용 극장이 있어야 제작 비용 줄이고 장기 공연 가능

무엇보다 문제는 대형 수입 뮤지컬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창작품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대형 외국 작품이 넘쳐나는 것이다. 국내의 창작 공연계는 ‘3무’(희곡, 배우, 제작)에 허덕이고 있으며, 관객들의 외면도 여전하다. 특히 좋은 희곡과 음악 부재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해외 뮤지컬이 창작 뮤지컬보다 투자를 받기 쉬운데다 로열티만 내면 되기 때문에 국내 제작사나 에이전트간에 해외 뮤지컬을 둘러싼 경쟁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지만 탄탄한 창작 뮤지컬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최근 잇따라 막이 오른 대형 수입 뮤지컬 때문에 관객이 줄고 있는 것이다.

관객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배우들이 대형 뮤지컬로 몰려가 캐스팅이 어려운 게 더 골치. 괜찮은 배우를 쓰려면 출연료를 올려줄 수밖에 없다. 제작비 부담 문제. 소형 뮤지컬은 티켓 값을 5000원이라도 올려도 관객이 확 줄어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뮤지컬의 기초 토대를 다지는 소형 창작 뮤지컬이 흔들리면 결국 대형 뮤지컬에 부정적인 부메랑이 된다. 큰 뮤지컬이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도록 공연 간의 현명한 안배도 필요하다.

다만, 창작 뮤지컬이라고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다. 그 중에도 성공하고 있는 작품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을 있지 말아야 한다. 성공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공통점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스피디한 장면전환,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무대와 객석에 이루어지는 유기적 교감이다.

한편으로 해외 뮤지컬은 좋은 작품과 연기, 앞선 의상, 음악, 안무, 연출 등을 통해 한국 뮤지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재탕 삼탕을 반복하고, 수입 가격을 올리며, 좋은 공연장을 독식하는 문제를 낳는다.

또한 수입 뮤지컬이 인기를 끄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통에 수요에 비해 공급 초과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대부분 공연 경험 없이 투자사를 끌어들여 무작정 공연을 올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흥행 위주의 상업성 뮤지컬에는 관객들이 들었지만 국악과 춤, 정통 연극에는 관객가뭄이 지속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2년 동안 30만의 관객의 동원해 흥행에 성공한 <루나틱>. 국내 뮤지컬이 성공하기 위해선 전용극장을 세우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
2년 동안 30만의 관객의 동원해 흥행에 성공한 <루나틱>. 국내 뮤지컬이 성공하기 위해선 전용극장을 세우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 ⓒ www.lunaticshow.com
순수 국내 뮤지컬 보호 위해 뮤지컬 쿼터 필요할 수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싼 입장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이나 물량공세를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장기공연 시스템 마련하고 입장권에 대한 부가세 폐지는 물론 해당 공연물 전체(항공료, 체류비, 화물비 등)의 경상비용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과 창작뮤지컬 지원 기금 등 뮤지컬계의 숙원을 해결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이며 기획사들의 난립으로 인한 수입 뮤지컬의 로열티 과당경쟁을 막는 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창작 뮤지컬과 수입 뮤지컬의 대관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종의 뮤지컬 스크린쿼터제도의 모색이다. 외국 뮤지컬이 증가할 때 국내 뮤지컬들은 공연장이 아닌 곳으로 전전할 수밖에 없다. 제작비의 규모 등에서 해외 뮤지컬과 엄청난 차이를 보임에도 스크린쿼터와 같은 공정한 규칙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고 실제로 창작 뮤지컬이 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가 안 되는 미약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뮤지컬계도 바쁘게 움직일 일이 많다. 창작 뮤지컬이 적고 배우, 작곡, 연출 등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인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뮤지컬은 가벼운 상업성에 졸속 기획 제작으로 스스로 토대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많다. 대충 외국 작품을 흉내 내는 것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문화 정책 차원에서 전문 인력 육성책과 뮤지컬 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하게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 뮤지컬의 시스템을 적극 국내에 도입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한다. 또한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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