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내리는 간이정류장
시골 마을 분교,
수업이 막 끝난 모양이다.
봄볕 내리는 정류장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가롭다
세상에서 저보다 아름다운 표정이
또 어디 있을까?
내 나이 고만고만할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고무줄 하는 여학생들 뒤로 살짝 숨어 들어가
그 줄 끊어놓고 도망갈 텐데.
어머니가 고구마 삶으면,
깜장 묻은 내 얼굴 씩씩 닦고,
뜨끈한 고구마 몇 개 식기 전에
그녀의 사립 열고 갖다 줄 텐데.
그 소녀 지금 소도시 어디쯤에서 아이 낳고, 얼굴에 거미줄처럼 주름 몇 개 내려앉은 채 살고 있다던데. 시장 바닥에서 업고 있던 애기 돌려 젖먹일 나이도 지났다고 하던데.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가슴이 미어지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어디선가 대중가요 한 소절이 지나가고
아이들 머리 위로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