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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10월 18일 '장례식장 등에 관한 법률' 공청회때의 최재천의원
ⓒ 이형웅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31일 정기국회에 '장례식장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해 법안이 성안 됐다. 이후 현재까지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르면 오는 4월 임시국회 논의를 거쳐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 본회의에 '장례식장 등에 관한 법률'이 상정될 전망이다.

최재천의 의원의 '장례식장 등에 관한 법률안'은 전체 5장 21조 및 부칙4조로 구성되어, 장례식장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과 장례지도사 자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과 종사자의 보건위생상의 위해 방지 및 건전한 장례용품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장례서비스의 질적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조항은 소비자의 기본권적인 선택권을 박탈하여, 마치 장례식의 주체가 소비자(고인과 유족)가 아닌, 장례식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8년 위헌판결로 99년 폐지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까지 들먹이며 장례식장을 위한 독립법률로 제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법의 목적과는 상관이 없는 장례식장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는 최 의원의 장례식장 등에 관한법률은 그 제명부터가 전례 없는 것으로서, 이 법이 확정된다면 '이발소등에관한법률', '목욕탕등에관한법률', '세탁소등에관한법률', '결혼식장에관한법률' 등도 나와야 할 것이다 (장례업은 표준산업분류 93의 '기타서비스'에 속하여 세탁, 미용, 예식장, 목욕탕, 점술업 등과 같은 분류로 되어있다).

구체적인 위헌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9조 4항 "장례식장영업자는 장례식장 안에 시신을 안치하는 때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위생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또한 시신안치 및 처리실의 경우 보건위생상의 위해예방을 위하여 관계자 이외에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보건위생상의 이유로 관계자 이외의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고인의 마지막을 보고 싶어 하는 유가족들의 소망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조항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돌아가신 부모의 씻김(염)은 그 후손이 직접 행하는 것을 마지막 효로 여겨왔으며, 미리 준비해 놓은 윤달수의를 자식의 손으로 직접 입혀드리는 것도 효의 일환으로 행해 왔다.

이는 법률에서 보건위생 상의 문제만을 들어, 우리의 관습적인 '망자에 대한 효'를 행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영업자가 고인의 시신에서 피부나 장기 등을 빼내 팔아먹는다고 해도 아무도 알 수 없는 결과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 제9조 6항 "장례식장 등 영업자는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게시한 임대료 수수료 및 장례용품의 품목별 가격 외의 금품을 받아서는 아니된다. 장례식장 영업자 등은 식품위생상 안전 및 위해방지를 위하여 외부에서 반입되는 식음료 등을 제한할 수 있으며, 장례식장 영업자 등의 허락 없이 영업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거래행위 등에 대해서는 이를 제재할 수 있다."
이는 누가 보아도 장례식장의 영업 독점권을 인정하는 조항으로 외부에서 식음료 반입조차 금지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명분으로 그리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이다. 이제는 장례식장에 콜라 한 잔 사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장례식장 영업자의 허락 없이'라는 표현은 결국 장례식장에서는 영업자가 경찰이고 주인이며, 장례식의 주체가 된다는 말로 판단된다. 유가족은 장례식장 영업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야 하며, 내가 내 부모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장례식장이 시키는 대로 장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률안은 우리의 전통적인 '망자에 대한 효'의 관습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또한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천 의원은 특정집단의 이해에 휩쓸려 말도 안 되는 장례식장을 위한 장례식장법률이나 만들지 말고 민생을 위해 더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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