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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몇 년 만에 직장에서 단합대회를 겸한 대둔산 등반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산을 잘 못 타는 터라 정상에 올라본 산은 동네 뒷산과 충남 청양의 칠갑산 정도입니다. 20대 초반에 대둔산을 방문했다가 옆에서 끌고 잡아주던 선배가 도저히 못 데려가겠다며 다시 내려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라고 하는 바람에 혼자서 터덜터덜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올라가 동료들을 만났지만, 동료들은 또 정상을 향해서 구름다리와 선상계단을 밟고 가는 바람에 혼자 놀다 시간 맞춰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보다 10년도 더 지났으니 체력이 더 좋아지지도 않았을 테고….

▲ 처음 계획은 케이블카가 가는 곳까지만 가서 맑은 공기나 마시고 오자는 것이었습니다.
ⓒ 전향화
하지만, 이번에 같이 간 직원들은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습니다. 올 때까지 기다리고, 내가 출발한 다음에야 출발하고...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포기하고 싶다는 직원에게도 여직원이 가는데 안 갈 거냐며 자극해 결국 모두가 정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 대둔산의 명물 '금강 구름다리'입니다. 여기를 지나면서 저는 저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 전향화
▲ 지나고 나서 여유를 가지니 경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 구름다리를 처음 설치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궁금합니다.
ⓒ 전향화
출렁이는 금강 구름다리는 높이 80m, 길이 50m라고 합니다.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가로질러 설치한 것으로 남들은 스릴 만점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여기부터 설설 기기 시작해서 남들의 진행을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인 마천대까지 오르려면 또 한번의 아찔한 코스인 선상계단을 올라야한다. 밑에서 관찰하니 '일단 저 계단에 들어서면 내려오지는 못하고 뒤에서 자꾸 밀어대니까 어쩔 수 없이 오를 수 있겠지'라는 계산 하에 선상계단을 밟기 시작했는데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현기증은 자꾸 나고 앞사람과는 점점 멀어지고….

"뒤에 계신 분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더니 "다음에 또 오시면 좌우의 경치도 감상할 수 있어요."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세요"라고 목소리만 들려온다.

▲ 대둔산은 온통 거친 돌로 만들어져 강인하고 거친 사람을 보는 것 같습니다.
ⓒ 전향화
▲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울 만 합니다.
ⓒ 전향화
▲ 좌측이 정상인데 탑이 세워져 있어 경관을 해친다 생각했었는데 일제시대에 동학도들이 대둔산에 숨어들어 끝까지 싸우다가 어린이 한명만 살아남았는데 그것을 기념하여 세운 탑이라고 합니다.
ⓒ 전향화
결국 직원들과 얼굴도 보지 못하고 목소리만 들려주던 사람들의 격려 속에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내려오는 길도 험한 돌계단이어서 힘들었지만, 동행해준 사람들 때문에 무사히 걸어내려 올 수 있었다.

▲ 정상에 올라 굽이 굽이 펼쳐진 산들은 감상하는 등산객들
ⓒ 전향화
▲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있습니다. 저는 준비를 못해서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 조금 얻어마셨는데 얻어먹는 커피는 더 맛있습니다.
ⓒ 전향화
▲ 함께한 직원들! 끝까지 느린 걸음을 동행해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기념촬영하려고 표정관리하는 중인데 모래바람이 휩쓸고 지나가 표정이 망가졌습니다. 찍힌 사람은 이 사진이 다 싫다는데 찍은 저는 이 사진이 너무 맘에 듭니다. 제가 대둔산 정상에 오른 것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 전향화
거북이걸음으로 걸어도 답답하다고 먼저 가지 않고 격려하고 동행했던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제 산행에 조금 재미를 붙여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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