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느림 가운데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노래하는 책, 목회자이자 들꽃 전문가이기도 한 김민수씨가 보여주는 비주얼 에세이집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안그라픽스)가 있다.
판형부터가 다른 책과는 다른, 마치 사진집을 보는 것 같다. 그동안 사진으로 많이 봐온 제주지만 이 책은 단순 감상이 아닌 들꽃, 곤충, 사람에 관한 것이다. 왼쪽엔 글을, 오른쪽엔 사진 전체를 싣는 과감함으로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좀보리사초, 미나리아재비, 세바람꽃, 큰괭이밥, 피뿌리풀꽃 등 우리네 땅에 이렇게 많은 들꽃과 들풀이 존재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가 흔한 들꽃들에 관심을 가질까? 혹여 있더라도 아주 잠깐의 관심일 것이다. 지은이도 처음 제주에 왔을 때는 열 가지 이내의 들꽃 이름만 알 뿐이었는데, 그들을 사랑하고부터 그들을 보니 신기하게도 이름이 떠오르게 되더라고.
그가 제주에 내려간 것이 2003년이니까 이 책은 지난 3년간의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춘하추동 사계절이란 큰 주제에 각각 작은 소제목들을 다는 형식으로 제주의 풍광과 제주의 들꽃을 고스란히 담았다.
흔히들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 그들이 이슬을 가장 아름답게 맺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 예쁜 꽃을 맺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예쁜 꽃을 맺지 못하는 대신 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말고 영롱한 이슬을 맺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우산을 편 듯한 버섯 편-
잡초에 맺은 이슬이 가장 아름답다는 지은이의 시선이 예쁘고 재밌다.
비틀즈 곡 'Let It Be'에 보면 그대로 두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한다. 꽃을 보더라도 있는 그대로 두면 화사한 자태와 향기를 품지만 꺾은 순간부터 꽃은 빠르게 죽어간다. 붙잡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변화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니 그대로 두라. 대신 달팽이 걸음처럼 느릿하게 천천히 즐기라고 지은이는 얘기하고 있다.
지은이에게 멘토는 들꽃이라고 한다. 그는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달팽이 걸음으로 자연을 보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는 12,000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