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세계는 참 독특하다. 전시회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전혀 다른 컨셉트로 일 년에 한두 번씩 전시회를 치르는지 신기하다. 경주 남산자락에서 사는 화가 야선 박정희(42). 경주 일대에서 그녀의 이러한 전시회 풍경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경주 남산 수묵스케치부터 도자기로 구운 천동탑, 수묵화로 담은 서출지의 사계, 직접 디자인한 옷에 수묵으로 그려 넣는 패션쇼, 천연염색 퍼포먼스, 도자기로 구운 차 주전자와 화로 등등 이제 그녀가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이번에는 무얼 보여줄까?' 하고 궁금해 한다. 그러던 그녀가 지난해 가을, 돌을 이용한 작품 <天의 미소>로 또다시 '역시 야선이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치이는 돌을 주워 그 모양대로 맞추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아니 언젠가 하나였을 것들을 주워다 다시 하나가 되게 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게 말이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대가족이 다 모인 것처럼 비슷한 무리의 돌들 아니 돌 속 안의 생명들을, 모습들을 끄집어낸 것 같은 작품들이다.
경주남산자락의 부처님을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동자의 얼굴 같기도 하고 이미 번뇌를 다 씻어버린 해탈의 얼굴들 같은. 그런 야선이 올해 들어 연 첫 전시회에서는 암각화와 고분, 신라토기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민족의 해학이 담긴 그림들을 그린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부터 오는 4월 6일까지 울산 현대아트갤러리(울산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두어 번의 전시회로 익히 그녀의 작품세계를 알고 있는 현대갤러리의 초대로 이루어졌다(야선은 네 번의 야선제와 열세 번의 개인전, 국내외 모두 여섯 번의 초대전을 가졌다).
<천의 미소> 초대전이긴 하나 야선은 인물 중심이었던 지난해 전시회와 다르게 우리나라 전통적인 물건인 바디와 주걱, 지게 등을 이용해 돌을 붙이고 그 안에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을 위주로 했다.
여기에는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나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토기의 토용들, 민화, 십장생, 탈바가지, 해학적인 우리네 옛 사람들의 모습 등이 정겹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웃는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 안의 모습들은 옛 사람들의 솜씨와는 다른 야선만의 재미를 준다. 선과 눈매, 입가의 미소에는 당시의 사람들과의 교감하려는 한 화가의 진정성이 들어있는 듯하다.
'하늘이 웃고 땅이 웃고 사람이 웃는다'라는 의미에서 지은 <天의 미소>. 야선은 사람이 속한 모든 자연은 곧 하늘이고 땅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자연의 모든 생명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이루어왔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삶의 근원이 곧 생명이며 생명을 가진 것은 위대하다는 평소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려고 말이다. 야선은 이번 전시회에서 월드컵을 기원해 만든 티셔츠도 선보였다. 태극기의 4색과 <天의 미소>를 새겨 넣어 '하늘이 우리를 보고 웃는다'라는 의미를 담았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하늘도 확신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티셔츠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에 야선은 "더불어 웃고 함께 기뻐하고 같이 박수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것을 월드컵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서"란다. 참 그녀다운 생각이다. 야선의 다음 전시회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天의 미소> 초대전은 울산현대백화점 9층 현대아트갤러리에서 4월 6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