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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다루고 있는 일본 교과서들.
'독도'를 다루고 있는 일본 교과서들. ⓒ 시마네현 홈페이지
문부과학성은 역사·공민·지리 교과서에 독도 및 조어도(센카쿠열도)가 일본 영토임을 명확히 기술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2005년에 중학교 교과서에 대해 같은 요구를 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서, 일본정부가 고교 교과서에 대해서까지 이러한 요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도와 관련하여 "한국과 교섭 중"이라고 기술한 교과서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우리나라의 영토라는 점을 알기 어렵다"며 "시마네현에 속해 있으며 한국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또 문부과학성은 독도·북방영토와 조어도를 구분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부과학성은 "북방영토나 죽도(독도)와 달리, (센카쿠열도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영토문제'는 아니다"라는 의견에 따라 "일본 영토인 북방영토와 죽도는 각각 러시아와 한국에 의해 점거되어 영토문제가 되었다, 센카쿠열도도 일본의 영토이지만 중국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일본의 입장은, 독도나 북방영토와 관련하여서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만,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점유하지 못한 영토에 대해서만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이 '문제'라는 표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독도 문제'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군성노예]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가 된 여성" →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여성"

한 교과서가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가 된 여성"이라는 표현을 실은 것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오해의 우려가 있다"면서 이 표현을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여성"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여성"이라고 하면, 자의에 의해 위안부가 된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해 위안부가 된 것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반면 "일본군에 의해"라는 표현을 쓰면, 일제가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이 인정될 소지가 있다. 문부과학성의 요구는, 종군위안부가 일제의 강압에 의해 동원된 것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북-일 납치문제] "아직 전원의 귀국이 실현되지 않았다" 추가

'북조선에서 귀국한 납치피해자'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첨부한 한 교과서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이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오해를 줄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면서 "그러나 아직 납치피해자 전원의 귀국이 실현되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납치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라는 요구다.

이 대목에서, 일회성 문서도 아닌 학교 교과서에까지 납치문제를 못박아두고서 어떻게 북·일 수교를 하겠다는 것인지 일본정부의 태도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도 않은 사안이라면서 그것을 학교 교과서에까지 실으려는 태도를 보면서, 일본정부가 과연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간단한 진리를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난징 대학살] 희생자 숫자 축소 표기 노력

1937년 중국 민간인 및 포로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자행된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과 관련하여, 문부과학성은 "균형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면서 희생자 숫자를 표기할 때에 '최고 30만 명'이라는 중국 측 주장과 함께 '십수만 명'에 불과하다는 일본측 주장도 함께 표기할 것을 요구했다.

난징 대학살은 아직도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 '뼈저린 한'으로 남아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까지도 난징 대학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와 같이 희생자 숫자를 축소하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집요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정말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 자국 교과서에서 희생자 숫자를 축소 표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겠는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변국 자극하는 일본, 동북아 외교 포기했나

몇가지 점만 살펴보았지만, 이번 문부과학성의 검정 결과는 전반적으로 볼 때에 자국의 과거 범죄를 은폐하고 주변국의 영토에 대한 일방적 야심을 담은 것으로서, 일본이 동북아 외교에 대해 별다른 성의가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국주의 침략전쟁 때문에 손해를 입은 남북한·중국 등 주변국 국민들의 감정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파렴치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친절한' 교과서를 갖고서 장차 일본이 '미국이 없는' 미래의 동북아에서 과연 얼마나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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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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