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9'는 이 기간 동안 전체 160개의 기사 가운데 60개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사로 채워 37%를 차지했다. 그리고 'MBC뉴스데스크'는 전체 181개 기사 가운데 102개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사로 채워 무려 56%를 차지했다. 또 'SBS8시뉴스'는 전체 182개 기사 가운데 96개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사로 채워 52%를 차지했다. 3방송사 모두 주요 뉴스 프로그램을 '스포츠 뉴스화' 했다고 할 수 있다.
'KBS뉴스9', 수요집회 700회·평택 대추리 보도 외면
3방송사의 쏠림 현상은 같은 기간 사회의 주요한 문제를 소홀히 다루거나 아예 빼먹는 결과를 낳았다.
'KBS뉴스9'는 3월15일 주요한 두 사건을 보도에서 빠뜨렸다. 하나는 이날 700회가 되는 '수요집회'였다. '수요집회'는 1992년 1월8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고 있는데, 3월15일은 '수요집회' 700회가 되는 날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같은 시간에 집회가 열렸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평택 대추리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 날 미군기지 이전 농지에 농사를 못 짓게 하려는 경찰과 농사를 지으려는 평택 대추리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 충돌로 주민이 다치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MBC뉴스데스크'와 'SBS8시뉴스'는 3월15일 두 사건에 대해 한 꼭지씩을 할애해 보도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날 3방송사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사는 21개로 두 사건에 비해 5배나 많은 양을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은 이날 우리나라의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전날 있었던 미국전의 뒷이야기와 다음날 벌어질 일본전 전망이었다. 스포츠뉴스 시간에 다루면 충분할 내용이었다.
새만금의 중요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13%?
3월16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었다. 공사를 시작한 지15년, 환경 논란이 불거진 지 10년, 법정공방이 벌어진 지 4년7개월 만의 일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사'로 일컬어진 사업인 만큼 사회적 갈등도 심각했던 문제였다.
하지만 3방송사는 새만금 보도와 관련해 8꼭지 11분39초를 할애했을 뿐이다. 반면에 같은 날 일본팀을 이긴 우리나라 보도에는 'KBS뉴스9'가 14꼭지 21분23초, 'MBC뉴스데스크'가 24꼭지 37분, 'SBS8시뉴스'가 23꼭지 36분38초 등 모두 61꼭지 95분1초를 할애했다. 새만금의 보도 비중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13%에 불과했다.
국무총리의 비중, 서울시장의 3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쏠린 언론의 보도 태도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 논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시장의 경우 3월15일부터 3월19일까지 5일 동안 'KBS뉴스9'는 2꼭지 3분28초, 'MBC뉴스데스크'는 4꼭지 6분59초, 'SBS8시뉴스'는 2꼭지 2분39초 등 모두 8꼭지 13분6초를 할애해 보도했을 뿐이다. 민선 서울시장의 무게에 비해 보도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동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 전 총리의 경우 3월2일부터 3월6일까지 5일 동안 'KBS뉴스9'는 6꼭지 9분, 'MBC뉴스데스크'는 8꼭지 13분41초, 'SBS8시뉴스'는 11꼭지 17분36초 등 모두 25꼭지 40분17초를 할애해 보도했다. 이 시장의 보도량보다 3배나 많다.
총리 자리가 서울시장 자리보다 얼마나 더 무거운 자리인지는 수치화 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에 언론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2006년 바뀐 건 스포츠 종목뿐
결과적으로 언론은 2002년의 아픔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 언론 보도의 쏠림 현상이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전혀 깨달은 바가 없다. 여전히 신화에서 신화로 이어지는 낡은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지 축구에서 야구로 스포츠 종목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곧 또 다른 '대~한민국'이 몰려온다.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는 함성이 한반도를 뒤흔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신화만을 좇는 언론의 외눈박이 보도가 계속 되는 한 그 함성은 설렘이 아닌 두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태준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