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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달팽이 한 사발 있다. 가져다 끓여 먹어."
"추운데 어떻게 잡으셨어요."
"아부지가 장화 신고 잡았어."

제가 사는 고향 강원도 횡성에서는 다슬기를 달팽이라고 부릅니다. 이번에도 어머니는 아들네 주려고 달팽이를 모아 놓으셨습니다. 이젠 허리가 굽어 달팽이 잡는 게 쉽지 않아 아버지가 대신 장화 신고 가셔서 잡아오신 겁니다.

"팔은 좀 어때요?"
"괜찮아. 애비 덕분에 다 나았어."
'아버지 식사 잘 하세요?"
"그럼, 잘 잡숫지."

1년도 넘게 항암치료를 받으신 아버지가 요즘은 몸이 많이 회복되셨습니다. 팔꿈치 관절에 염증이 생겨 열흘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신 어머니가 퇴원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늙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젊은 아들 봄 타는 게 걱정이 되어 달래와 냉이 캐신 어머니와 아직도 차기만한 개울에 가서 다슬기를 잡으신 아버지의 사랑이 눈물겹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가 된장 듬뿍 풀고 다슬기를 끓였습니다. 결혼 전에는 다슬기란 걸 먹어본 적이 없는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다슬기 맛있게 끓이는 비법을 전수 받아 이제는 도사가 다 되었습니다. 봄을 탈 무렵에는 된장 풀고 달래와 냉이를 함께 넣어 끓이는 게 맛을 내는 비법이라고 합니다.

잘 익은 다슬기 꺼내어 그릇에 담고 이쑤시개 하나씩 들고 둘러앉아 김 모락모락 나는 다슬기 집어 들고 꼭 찔러 빼낸 살을 입에 넣으면 구수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아이들이 이쑤시개로 빼내어 먹느라 바쁜 사이 아내는 먹지 않고 빈 그릇에 모읍니다. 국에 넣어 먹기 위해서입니다.

"맛있어?"
"네."
"많이 먹어. 다 먹고 할아버지께 전화 드려야지?"
"제가 할게요."

둘째 광수가 할아버지 댁에 전화 드리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전화를 받고 환하게 웃으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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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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