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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창원대로 건너편에 아파트도 보이고, 벚꽃이 활짝 핀 것이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노란 유채꽃도 활짝 피어 있어서, 봄을 마음껏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 내려다보니, 노란 꽃다지꽃도 피어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번에 걸쳐서 엄마가 끓여 준 쑥국을 먹었는데도 아들아이는 쑥이 어떻게 생긴 것이냐고 묻습니다. '이게 쑥이란다'하고 아들아이에게 알려 준 후에 쑥을 캐는 방법을 본보기로 보여 주었습니다.
이윽고 아들아이와 엄마가 쑥캐기 시합이 벌어졌습니다. 아들아이는 시멘트로 포장이 된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쑥을 캐고, 엄마는 밭둑에 앉아서 쑥을 캤습니다. 그때 연세 지긋하신 노부부가 정답게 산책길에 나섰는지 아들아이 곁을 지나치다가 말을 건넵니다.
"아들아, 엄마랑 쑥 캐러 나왔나? 남자아이가 어찌 엄마 따라서 쑥을 캐러 왔을꼬. 대견타"하시면서 큰소리로 웃습니다. 아들아이는 괜시리 무안한지 고개를 아래로만 숙이고 더욱 쑥을 캐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잠시후, 아들아이가 캔 쑥과 제가 캔 쑥을 나란히 줄을 세워 보았습니다. 쑥을 캐는 일보다 이리저리 바쁘게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한눈 팔기에 바빴던 엄마가 캔 쑥과 쑥 캐는 일에만 집중했던 아들아이가 캔 쑥은 한눈에 보아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아들아이가 캔 쑥은 다시 제가 잡티를 추려내고 잘 다듬어서 맛있는 쑥국을 끓여 먹여야겠습니다.
저와 아들아이가 함께 어울려서 쑥을 캔 시간은 고작해야 30여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어둠이 어느새 아들아이와 제 주변에 찬찬히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딸아이도 아니고, 아들아이를 데리고 쑥을 캐러 간 일요일 늦은 오후. 도시의 야트막한 야산 근처를 맴돌면서 쑥도 캐고, 여러가지 나물도 발견하면서 모처럼 제 마음 속에 봄의 향취를 마음껏 담아 왔습니다.